[윤대식의 시중세론] 이제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 |
  • 입력 2022-03-18   |  발행일 2022-03-18 제22면   |  수정 2022-03-18 07:10
대통령 당선인과 새정부는
표를 의식한 나쁜공약들은
솎아낼수 있는 용기가져야
진영논리 매몰된 정책 아닌
국익 생각한 정책발굴해야

2022031301000452500019311
영남대 명예교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대선 레이스는 이제 끝났다. 지금이야말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새로운 정부는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후보들의 공약들을 돌이켜 보면 세대·지역·집단별 맞춤 공약이 많았던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 임기 동안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 처방에 집중한 반면,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와 관련된 공약들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중장기적 비전 제시가 미흡했음은 물론이고, 거대 담론(談論)은 없고 코앞에 닥친 이슈들에 대한 대응책만 난무했다. 그만큼 설익은 단기 처방책만 난무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새로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역할이 중장기적 비전과 국가 백년대계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단기적 처방과 위기관리도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만큼 현대사회는 매우 역동적이고, 특히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위기대응이 다른 나라보다 빨라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 당선인과 새로운 정부는 스스로 제시했던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버릴 것은 버리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한다. 설사 빈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모든 정책과 정책수단은 양날의 칼이고,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러한 사례는 다양하다. 최근의 부동산정책들이 그렇고, 주택공급을 위한 신도시개발이 교통문제를 악화시킨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복지정책의 강화가 국가재정과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국내외에서 많이 보아 왔다.

대통령 당선인과 새로운 정부는 표를 의식한 단기 처방과 집단적 이해에 기댄 나쁜 공약들을 솎아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礎石)도 놓아야 한다. 따라서 긴 역사 속에서 벽돌 한 장 놓는 사업들도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매우 다양하다. 대북정책을 비롯한 안보와 외교정책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 정책,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 연금개혁, 인구절벽을 대비한 저출산 해소정책, 지방소멸을 대비한 지역균형발전 정책, 부동산 정책, 갈수록 심화되는 세대 간·계층 간·집단 간 갈등관리 정책은 물론이고, 일류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정치개혁과 행정개혁 등 새로운 정부 앞에 놓인 과제 하나하나가 모두 매우 엄중한 것들이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진영논리와 정치논리에만 매몰되어 편협한 시각으로 새로운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정책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부작용이 적은 정책들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정책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새로운 정부의 철학을 담아야 하겠지만, 부작용이 적은 정책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백가쟁명(百家爭鳴)식 토론과 과학적 분석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정책추진에 힘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코앞에 닥친 과제만을 해결하는데 정부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벽돌 하나 얹는 정책들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초일류 선진국들을 보면 정권과 세대가 바뀌어도 국익과 핵심가치만은 지속적으로 지키고 추구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초일류 선진국을 지향할 때가 아닌가.
영남대 명예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