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권력 충돌

  • 최연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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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8   |  발행일 2022-03-28 제25면   |  수정 2022-03-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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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당)

두 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지만, 두 개의 권력은 존재한다. 치열했던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대한민국에는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대통령 당선인, 두 개의 권력이 존재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는 5월10일 0시까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역대로 2017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권력 교체기에 일정 기간 공존의 기간이 있었고, 이 공존의 기간에는 두 권력과 진영 간 대체로 평화가 유지되어왔다. 설령 속으로는 으르렁거렸을지언정 겉으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다. 그러한 평화의 상징으로 대통령의 당선 축하 메시지에 이어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직후 빠른 시일 내에 만남을 가지고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 직후에는 그와 같은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새벽 윤석열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책이 달라도 정부는 연속되는 부분이 많고 인수인계 사항도 있으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며 "새 정부가 공백없이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선거 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씻어내고 국민이 하나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평화는 6일뿐이었다. 지난 16일에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남이 성사 직전에 취소됐다. 취소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 임기 말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 등에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 무산으로 표면화된 신구권력의 갈등은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발표로 더 크게 증폭됐다. 당선인은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며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데,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갑작스러운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성급한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집무실 이전 예산 집행을 위한 예비비 지출 승인도 거부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이다. 그런데 양대 권력의 핵심에서 시작된 충돌의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해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법무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반대 입장을 보였고,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4일 법무부 업무 보고를 취소했다. 여러 사안을 두고 양측이 한 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식의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데다가 5월10일 새 정부 출범 외에도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런 대결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은 분위기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고 했다. 신구권력 간 대치 국면에 민생대책은 뒷전이고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고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제, 글로벌 안보 불안이 있는 상황이기에 권력 충돌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더욱 답답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했고, 윤석열 당선인은 인수위 회의장에 걸린 백드롭에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썼다. 국민을 위해 권력 충돌의 대결 국면이 해소되길 바란다. 봄바람을 맞으며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들처럼 정치에서도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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