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경북도와 경주의 역할…지자체 조례로 관련 규범 제정해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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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5 10:05  |  수정 2022-04-26 09:04  |  발행일 2022-04-25
김동현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명예회장/공학박사/가상세계건축가.

올해 들어 메타버스사업이 전국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산하기관 등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나라 전체가 메타버스 붐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계획들을 들여다보면 각론만 있고, 왜 해야 하는지를 위한 총론은 없다.


한편 미국이나 유럽 등 영어권 국가에서 메타버스는 MMORPG 게임의 한 장르로 통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메타버스는 가상세계(Virtual World)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메타버스라는 용어 대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가상세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가상세계 구축엔 지방정부 역할 중요
가상세계 구축의 근간이 되는 가상현실 기술의 목표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인간의 오감을 이용해 사람과 또다른 사람, 사물, 자연현상 등과 소통하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키보드 대신 인간의 오감을 수단으로 누구나 IT 기술의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가상세계 구축은 가상공간에 가상도시 나아가 가상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먼저 가상세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기에 민간 기업이나 국민이 입주해 각종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규모로 도시 단위의 가상세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북도청이전신도시 건설을 상기해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가상세계의 경우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입지선정을 위해 경관이 수려하고 정주환경이 좋은 지역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즉 일정 규모의 면적을 정해 놓고 그 주변에 수려한 경관을 가져와 유토피아를 구상하면 된다.

◆신라왕경 메타버스 구축 방법은?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주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경북도청의 메타버스 사업계획 발표에 의하면 올해 경주에서는 신라왕경 메타버스 구축, 한류 문화관광 메타버스 사업의 두 가지 사업이 동시에 수행될 예정이다.


같은 공간에서 천년 전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축을 달리하는 가상세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가상세계 안에서는 이 두 가지 도시가 병존할 수 있다. 2층 구조의 도시로 아래층은 천년 전 신라왕경, 위층은 현재의 경주를 배치하면 된다.


이 중 신라왕경 메타버스 구축을 구체화시켜 본다면 우선 직경 20km 정도의 규모에 인구 30만 명의 원형 도시를 기본으로 하고 축구경기장과 같이 가운데는 옴폭 들어가고 주변은 경기장 관람석처럼 높아지는 구조를 하면 모든 위치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건물 배치가 가능해진다.


청명한 날 가시거리가 20km 정도인 만큼 직경 20km 정도면 충분히 도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 외곽에 아무 것도 없으면 세상의 끝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도시 외곽에 산들을 배치해 시야를 막아주면 해결된다.

◆온라인 판매 환경 구축
경주의 경우 남쪽에는 남산, 동쪽에는 토함산, 서쪽에는 단석산이 있다. 북쪽에는 유명한 산이 없으므로 주왕산을 가져와 배치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라 왕경 내부에는 왕궁과 관아 등을 우선 배치해 시청의 관광문화 등 민원 관련부서, 박물관, 미술관 등의 공기관을 입주시키고 저자거리에는 경주 시내 상점들 중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아이템들을 입주시켜 가상세계 안에서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경주 내에 산재해 있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가상공간에 재현하여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함산자락에 가상 골굴사를 건축하고 선무도 시범단의 공연을 3차원 스캐닝해 가상공간에서 재현하면 실제 세계에서는 하루 한 번만 하는 공연을 매 시간마다 시연할 수 있다. 공간을 이동해 황룡사 마당에서 시연을 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동궁과 월지 등은 처용무 등 전통 공연의 상설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천년 고도의 환경을 갖추면 BTS의 비대면 공연 유치도 가능해질 것이다.

◆문화재 훼손 없이 다양한 활동 가능
그리고 김유신 장군의 사랑이 담긴 천관사에서 불교식 가상 화혼식, 불국사에서 가상 예불, 경주 외곽 만불사에서 불교식 가상 장례식, 포석정에서 가상 회식 등 문화재 훼손의 우려 없이 다양한 경제, 문화 활동이 가상세계에서 가능해진다.


이 때 저자 거리에 입주한 먹거리 식당에서 밀키트를 온라인 주문해 배달 받아 정해진 시간에 가상 세계에 들어가 비대면 회식이나 피로연 등을 즐기면 된다.


더불어 우리나라엔 없는 헬기 관광도 자유자재로 운영할 수 있다. 가상 헬기를 타고 단석산 정상을 선회하면서 김유신 장군이 검술 수련 중 바위를 반 토막 내는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
또 등산이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집 거실에서 대형화면을 통해 러닝머신이나 사이클머신을 활용해 등산을 하면서 자연의 풍광을 즐기는 것은 물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후각 디바이스를 통해선 피톤치드 향을 느낄 수 있다.

◆아바타 한복 매장 개설
이 가상세계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아바타는 한복을 입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자. 예를 들어 기본적인 한복은 운영자 측에서 제공하되 한복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저자 거리에 아바타 한복 매장을 개설토록 한다면 아바타 한복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또 한복의 기본적인 3차원 템플릿(주형·형판)을 제공해 사용자가 직접 디자인한 한복을 아바타에게 입히도록 할 수 있다. 나아가 아바타 한복 경연대회 등의 이벤트 개최로 신라 복식을 현대화한 새로운 의상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도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실제 세계의 신도시 개발처럼 도시계획기술사를 포함한 건축설계사무소 등에 마스터플랜 구축을 위한 공모를 해야 한다. 다만 가상세계에 구축하는 도시이므로 가상현실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컨소시엄(협회·조합)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지역화폐를 가상세계 통용 화폐로
가상도시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가상도시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암호화폐는 개인 화폐 즉 사주전(私鑄錢)이다. 역사적으로 사주전 발행을 허용한 정부는 통화량 조절 등 통제가 불가능해 반드시 국가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른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언제 CBDC가 발행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경북도 지역화폐나 경주시 지역화폐 등을 디지털화한 디지털 지역화폐 발행을 동시에 추진해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는 온라인 경제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조례로 가상세계 관련 규범 제정해야
마지막으로 가상세계에서도 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간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건물 간의 인동 간격, 건폐율, 용적률 등의 규정이 없는 도시에 건축물이 들어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상도시에 입주해서 건물을 짓고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타인을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국토계획법, 건축기본법 등의 가상세계 버전이 필요하다.
이런 법들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 조례를 통해 선도적으로 가상도시의 규범을 제정해 가상도시 건설을 추진한다면 경북도가 전세계 가상도시 구축을 선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될 것이다.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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