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바라본 2022년 사회…"빈부차별 있는 우리나라…대통령 되면 차별 없애고파"

  • 노인호
  • |
  • 입력 2022-05-09  |  수정 2022-05-09 07:48  |  발행일 2022-05-09 제12면

어린이들이 바라본 2022년 사회…빈부차별 있는 우리나라…대통령 되면 차별 없애고파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3명 중 1명가량은 "우리나라는 빈부에 따라 차별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4명 중 1명가량은 "기후위기 극복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어린이날 100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2022 어린이 생활과 의견조사'(어린이 존중 및 사회인식 영역) 결과다. 전교조는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대구·경북지역 초등학생 446명을 포함한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1천84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권역별 설문 참여 학생 수는 대구·경북지역이 24.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부산·울산·경남(19.7%), 대전·세종·충청(16.6%), 광주·전라(12.9%), 서울(12.4%), 인천·경기·강원(12.3%), 제주(1.8%) 순이었다.

어린이들이 바라본 2022년 사회…빈부차별 있는 우리나라…대통령 되면 차별 없애고파
어린이들이 바라본 2022년 사회…빈부차별 있는 우리나라…대통령 되면 차별 없애고파

◆3명 중 1명꼴로 빈부, 성별, 장애로 차별 인식

전교조는 이번 설문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어린이들의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문항을 제시했다. 그 결과, 교통사고나 안전 등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상에 대해서는 긍정 답변 비율이 높았지만, 사회 구성원을 구분 짓는 차별에 대해서는 부정 답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안전 관련 인식 조사에서 설문에 참가한 초등학생 87.0%는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고, 도시와 농어촌지역 차이는 없었다. 이는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고 사회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운행 제한 속도'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반영된 것으로 전교조는 분석했다.

'저녁에 돌아다니기 안전하다'고 느끼는 초등학생도 10명 중 8명 이상(81.1%)을 차지했다. 하지만 농촌 지역 어린이의 응답 비율은 이보다 낮은 74.3%를 기록,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이에 늦은 시간 농촌 거리 안전 확보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성, 장애, 빈부 격차 등 각종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사회보편적 현상보다 적게 나왔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긍정도는 67.5%로 교통안전과 동네안전 항목보다 20% 포인트 가량 낮았다. 특히 최근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의 경우 52.7%의 초등학생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또 '우리나라는 성차별이 없다'는 질문에 초등학생 64.7%가 '그렇다'고 답했고, 남녀 인식의 차이는 3%로 거의 없었다. 다만 '성차별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4학년은 77.0%인데 반해 6학년은 60.1%로, 17%포인트 가량 적었다.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학년이 높을수록 나타나면서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차별을 느끼는 경향이 커지는 것으로 전교조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 30.1%는 '빈부 차별을 느낀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극복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4명 중 1명(24.5%)이었고, 학년이 높아질수록(4학년 18.7%~6학년 29.5%) 기후위기 극복 노력에 부정적인 경향이 강했다.


대통령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에
차별없는 나라 만들고 싶다 '1위'
스토킹법 개정·환경대책 등 이어
수능 없애고 싶다는 반응도 눈길

사회서 어린이는 존중 못 받는다
4학년 18.6% 6학년 27.1%로 응답
온라인 게임 중 욕설·비속어 사용
초등생 폭력적 언어문화 심각 인식



◆사이버상에 가장 존중받지 못하는 어린이들

초등학생 10명 중 9명은 가정(92.2%)과 학교(91.0%)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와 '사이버 공간'에서는 긍정적인 응답 비율이 각각 75.4%와 64.1%로 줄어들었다.

특히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4학년 18.6%, 5학년 24.1%, 6학년 27.1%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사이버 공간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답변 비율은 4학년이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초등학생 4명 중 1명 이상(28.0%)은 욕설 등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에게 '욕설 등 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 비율은 20.8%로 높게 나타났고, 형제(9.2%), 아버지(3.5%), 어머니(3.2%) 등에서 경험했다는 응답(중복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교육부의 2021년 학교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피해율은 2.5%로 이 가운에 언어폭력 비율이 42.7%에 달했다. 이는 '욕' '비속어'를 사용하는 초등학생 언어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교조 측은 분석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 등을 하는 가상 공간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또 기타응답에 '사이버 공간에서 욕설' '게임을 같이하는 사람의 욕설'을 지적하는 비율이 높았다"면서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욕설을 주고받거나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에 대한 사회적 대처가 요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초등학생 1천388명이 응답했다.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답변(245명)이 가장 많았고, 구체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게 해주는 것 △차별이 없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을 할 것 등의 응답이 나왔다.

'평화로운 나라'(74명), '통일된 나라'(80명)라고 밝힌 어린이도 적지 않았고, '스토커, 성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법을 개정할 것' '차별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하게 한다' 등을 언급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학교폭력 안 당하게 하기, 학원 없애기, 주 4일제, 노인 일자리 마련, 지역 발전 등의 의견도 있었다.

여기에 △환경파괴를 개선하고 싶다 △지구 온난화를 피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등의 이야기도 나왔고 △공부를 못해도 괜찮은 나라 △공부 없는 세상 △수능을 없애고 싶다 △쉬는 시간 늘리고, 수업시간 줄이고, 하교 시간 줄이고 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교조 관계자는 "지금 우리 어린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는 존중받고 있지만. 우리 사회와 사이버 세상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고, 이들은 '차별'을 느끼고 있다"면서 "가정과 학교의 존중과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