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온두라스의 여성 대통령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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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9   |  발행일 2022-05-09 제25면   |  수정 2022-05-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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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온두라스라는 나라는 1천만 조금 안 되는 인구에 국토는 남한보다 조금 크다. 이 나라에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오마라 카스트로가 취임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남편이 이 나라 대통령이었으나 쿠데타로 축출되어 14년 와신상담 끝에 작년 대선에서 아내가 현직 대통령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그녀는 여성권익 신장을 공약하였고 이제 그 공약을 실천해야 할 때다.

온두라스는 기독교 국가면서 한 세기 동안 보수 및 군사정권이 집권하여 여성권익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응급피임약을 법적으로 사용금지하고 있으며, 또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방에서 버젓이 시판되는 응급피임약은 가격이 10달러나 되니 사람들은 사기 힘들다. 여성피살 비율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고 여성 1/4이 19세 이전에 임신을 한다. 최근에 한 대학생이 두 동료여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하여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이 증언을 거부하면서 유아무야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파장은 컸다. 여성에 대한 더 근본적인 문제와 종교의 정치 개입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보건부 장관에게 응급피임약 사용의 합법화를 추진하라고 하였으나 그는 의학적·종교적 이유를 늘어놓는다. 그는 먼저 종교지도자의 동의를 얻어야겠다고 하니까 운동권에서는 세속국가에서 동의는 무슨 동의냐고 아우성이다. 의회를 보수 세력이 점령한 터라 그녀가 종교계를 거스르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응급피임을 합법화하려다 실각한 것이 바로 남편의 정부가 아니었던가. 응급피임약은 성폭행의 경우부터 점진적으로 사용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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