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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할인마트인 대구 서구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15일 식용유 구매를 1인당 2개로 제한 판매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
15일 낮 12시쯤 찾은 대구 서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 식용유 코너 곳곳에 '식용유 구매를 1인당 2개로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구매 제한은 6천 원 대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용유에 한 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식용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식용유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 시행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식용유 가격이 계속 높아지는데 트레이더스가 창고형 할인마트로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박스 채로 식용유를 구매해가는 자영업자 분들이 많았다"며 "여러 고객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해 개수를 제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등으로 식용유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높아지며, 식용유를 대량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 사이 '식용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구매제한이 벌어진 해당 식용유(900mℓ) 가격은 대구지역 판매점 평균 4천916원으로, 한 달 전인 4천50원에 비해 900원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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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가격이 줄어들고 가격이 높아지자 15일 오후 대구의 한 치킨가게에 업주가 불안한 마음에 사 놓은 식용유가 쌓여 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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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대구의 한 치킨가게에 식용유 등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자, 방문포장 고객에 한 해 제공하던 '방문 할인 이벤트' 폐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
자영업자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음식 가격을 마냥 올릴 수 없어 고민이 더 크다.
박씨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원가격만큼 가격을 4천 원씩 올릴 수 있지만 우리는 고작 1천 원 올린 정도다. 개인 가게는 경쟁력이 낮고 주변 업체와 가격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어렵다 보니 단골들에게 진행하던 방문포장 할인 이벤트도 다음 달 1일부터 폐지한다"고 했다.
대구 한 대학교 앞에서 25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천모(50)씨도 식용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음식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원자재 가격을 맞추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천씨는 "모든 원자재 중에서 식용유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18ℓ짜리 콩기름이 4만2천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6만 원을 주고 있다"며 "음식 가격을 500원씩 올렸는데,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다. 여름방학에 한 번, 2학기에 한 번 어쩔 수 없이 다시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아 학생들한테 미안할 다름이다"라고 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장사를 하면 학생들이 주요 고객층인데, 2년째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해서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 들었다. 올해 3월엔 매출이 좋아서 '이제야 살 것 같다' 싶었는데, 다시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며 5월 매출은 생각만큼 안 나오고 있다"며 "빨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모든 문제가 해결돼서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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