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김봉규의 수류화계(水流花開) - 이팝나무 (1)…立夏 알리는 눈꽃천지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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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0   |  발행일 2022-05-20 제33면   |  수정 2022-05-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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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에 있는 이팝나무. 1982년 천연기념물 307호로 지정된 이팝나무로, 높이가 18m, 수령은 540년.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이 천지를 수놓더니, 그 자리를 신록이 이어받았다. 벌써 그 신록의 향연도 막바지다. 신록이 한창일 때 탐스러운 흰 꽃을 피우며 그 찬란함을 더하는 나무가 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를 전후해 피어나서 '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 불리던 이팝나무다. 지금은 꽃이 거의 다 졌지만, 4월 하순이나 5월 초순에 신록의 새잎과 더불어 흰 꽃을 무수히 피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이팝나무 고목을 찾아 나섰다. 지난달 28일 천연기념물 이팝나무 두 그루가 있는 경남 김해로 향했다. 대구 시내에는 근래 가로수로 심은 수많은 이팝나무가 한창 꽃을 피워, 곳곳에 때아닌 눈꽃 천지를 만들고 있었다. 대구 전체 가로수 중 이팝나무가 11%에 이른다고 한다.

이팝나무가 꽃을 한창 피우는 때라서 그런지 대구 시내를 벗어나서도 이팝나무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수성IC와 동대구IC 도로 주변에는 온통 이팝나무꽃 천지였다. 신록과 어우러진, 맑고 흰 꽃구름이 눈을 즐겁게 했다. 밀양으로 가는 고속도로와 일반 국도 가에도 가로수로 심은 이팝나무가 정말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이팝나무가 이렇게 많은가 싶었다. 주변 산자락에서 흰 꽃을 피우기 시작한 아까시 꽃도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이팝나무와 아까시나무의 흰 꽃이 연초록의 신록과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팝나무는 원래 우리나라 자생 나무로, 남쪽 지방에 주로 잘 자라는 수종이나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근래 중국 이팝나무를 수입해 가로수와 정원수로 심으면서 급증한 모양이다.

김해시 한림면 신천리(新泉里)의 이팝나무를 먼저 찾았다. 마을 안쪽 길옆에 있는데, 나무가 크고 꽃이 피어 근처에 가니 쉽게 눈에 들어왔다. 승용차가 들어갈 정도의 골목을 따라가니, 이달 중에 완공될 주변 정비공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평일인데도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방문 당시 얼마 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서 꽃봉오리 상태가 대다수며 꽃이 아직 전체적으로 연둣빛을 띠고 있었다. 며칠 후면 눈처럼 흰색으로 바뀔 것 같았다. 신천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이 이팝나무의 장수와 마을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데, 5월4일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꽃이 만개하는 날을 잡아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해마다 일정한 날 지내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신천리 이팝나무는 1967년 7월 천연기념물 제185호로 지정됐다. 당시 높이 15m 노거수로서, 나무의 나이는 600년 정도로 추정되었다. 지금은 수령이 650여 년이 되는 셈이다. 지금도 건강해 보이는데, 밑둥치를 대충 재어보니 5m 정도 되었다. 밑둥치에 치료를 받은 흔적이 크게 남아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줄기는 지상 1m 정도에서 둘로 갈라지고, 가지들이 대부분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둥근 모습의 수형을 보이고 있다.

당시 600년 추정 근거가 남아있는지 물으니 별다른 것은 없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근거로 추정했을 것이다. 수령이 사실이라면 이 이팝나무는 우리나라 이팝나무 중 최고령이다. 주변에 주택들이 인접하고 있어 노거수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분위기가 아닌 환경인 것이 좀 아쉬웠다.

이어 차량으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를 찾아갔다. 이 나무는 주변 환경이 훨씬 좋았다. 마을 뒷산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 다른 건물이 없고 잔디밭과 화단 정도만 있어 높이가 18m나 되는 노거수의 자태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 나무는 신천리 이팝나무보다 꽃이 더 많이 핀 상태였다. 밑둥치를 재어보니 7m 정도 되어 신천리 나무보다 더 굵었다. 나무 자태도 신천리 나무보다 더 노거수다운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김봉규의 수류화계(水流花開)-이팝나무(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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