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나타나면 이미 늦었다…중년남성 건강 위협 '전립선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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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4 07:52  |  수정 2022-05-24 08:07  |  발행일 2022-05-24 제16면
65세 남성 암 증가율 182.2% 예측
전립선 비대증과 초기 증상 구분 안돼
2년에 한번씩 PSA 검사로 예방해야
저위험 암이라면 '적극적 관찰요법'
고위험 시 부작용 적은 로봇수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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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선 2019년 국내 전립선암은 1999년 대비 20년간 10배가 늘었다. 이에 따라 전립선암은 남성 암 중 유병률로는 3위, 발생률로는 4위를 차지했다. 점차 수명이 늘어나는 우리나라에서 전립선암 환자도 지난 20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검사 등 각종 지원 제도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도보완이 이뤄지기 전까지 남성 스스로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장·노년 남성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립선암, 2년에 한 번 정도 검사를

국립암센터 비뇨의학과 연구팀이 1999~2016년 국가 암 발병 데이터와 1992~2017년 통계청 사망률 데이터를 이용해 2034년까지 한국 남성들의 주요 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예측한 결과, 한국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148.6%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다음은 폐암(78.0%), 위암(27.5%), 대장암(15.2%), 간암(6.9%) 등의 순이었다. 또 같은 기간 65세 남성의 전립선암 증가율도 182.2%로 가장 높았다. 이미 우리와 인종과 생활 방식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전립선암이 2015년에 이어 2018년에도 남성암 1위에 오른 상황인 만큼 이는 예견된 미래인 상태다.

우리나라의 2009년 조사에서 대략 노인 인구의 20명 중 한 명 정도의 빈도로 전립선암이 발견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암의 발생률이나 발견되는 암의 공격성이 증가하게 된다. 전립선에서 암이 생기는 것을 의심하는 데 있어 문제점은 증상만으로는 전립선 비대증과 구분이 되지 않고, 암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발견이 이미 늦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남성이 노령화 과정에서 경험하는 전립선 비대증과 초기 증상이 구분되지 않는 만큼 증상보다는 피검사로 시행할 수 있는 간단한 선별검사인 PSA(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를 약 2년에 한 번 정도의 간격으로 해 보는 것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문제는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데에 꼭 필요한 피검사인 PSA 검사는 암 검진 사업이나 일반 건강검진 등의 일괄적인 국가 검진에서는 모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아는 사람만 알아서 시행하는 검사'가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전립선암의 발생률은 다른 대부분의 주요 암들과 달리 교육수준이 높고 수입이 많을수록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립선암 진단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암들처럼 최종적인 진단은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즉 장·노년층에서 전립선 비대증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우선 PSA 검사를 하고, 여기서 통상적 기준치보다 높거나 10ng/dL의 저위험암 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진하게 된다.

◆언제 수술을 고려해야 하나

모든 전립선암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발견된 전립선암이 저위험암인지, 고위험암인지 우선 구분하게 된다.

저위험 암일 경우 즉각적인 수술보다는 적극적 관찰요법(Active surveillance)에 나서게 된다. AC로 불리는 적극적 관찰요법은 완치를 목표로 하면서 암이 좀 더 진행할 때까지 치료를 연기하는 방법으로, 치료의 포기나 병의 진행을 방치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러한 적극적 관찰요법은 여러 권위있는 전립선암 진료지침에서 우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고위험 암이나 전립선 비대 증상이 너무 심하게 동반된 경우 혹은 암의 진행이 걱정되어 의료진이나 환자, 보호자에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심해질 경우, 그리고 치료를 통해 수명의 연장이나 삶의 질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가장 적극적인 치료 방법으로 완치를 위한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전립선에 대한 수술은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요실금 등의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는 매우 난도가 높은 수술로 인식됐다. 하지만 2000년 초 로봇수술이 개발되면서 보다 정밀하고 빠른 수술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요실금의 조기 개선이나 성기능의 보존 등 암 이외의 삶의 질에 대한 지표들이 수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현대적 전립선 수술에서는 목표로 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고영휘 교수(비뇨의학과)는 "'어떻게 하면 수술 시간을 줄이고 직장이나 일상생활에 조기 복귀가 가능하며 수술 이후에도 입원 기간을 단축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최신 기술이 내놓은 해답이 로봇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특히 다빈치 SP 로봇 수술의 경우는 수술 통증을 야기하는 원인인 피부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도 암수술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술자들에게는 꿈의 기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대병원의 경우 2013년에 로봇수술기구를 도입한 이후 2020년 두 번째 로봇 시스템인 '다빈치X'를, 지난해 9월에는 다빈치 SP를 국내 7번째, 전 세계적으로는 148번째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단일공 수술과 관혈적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됐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단일공 수술은 잘라낸 조직을 몸 밖으로 제거할 수 있는 크기의 구멍 하나만을 만들어 절개창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다. 그럼에도 360도 회전하는 로봇팔에 카메라를 장착해 집도의가 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 직관적인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술에 비해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교수는 "다빈치 SP 수술의 경우 아직 적용 초기 단계여서 수술적 난도가 높은 경우에는 여러 팔들을 사용하는 기존의 로봇수술이 더 나을 수 있다"면서 "영남대병원에서는 이러한 모든 옵션을 구비, 상황에 가장 적절한 수술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의학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고영휘 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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