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이더] 어려운 시기, 대한민국 기업을 응원한다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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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31  |  수정 2022-05-31 07:35  |  발행일 2022-05-31 제13면
[경제레이더] 어려운 시기, 대한민국 기업을 응원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전세계가 고물가·고금리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28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비 4.8%나 상승했다. IMF 시기였던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6%까지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고유가, 공급망 이슈로 인한 부품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과연 금리인상만으로 고물가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매우 크다. 고유가, 공급망 이슈 등 현안이 전통 경제학에서 다루는 수요-공급 문제라기 보다는 복잡한 정치적 갈등과 패권전쟁, 자국 이기주의 등에 기인한 바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자유무역체제에서 하나의 경제권으로 살아왔으나, 최근 정치적 대립으로 경제 블록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각국이 서로 교역하며 생태계를 이뤄왔는데, 내 편-네 편이 나뉘며 혼란스럽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원부국들의 자국이기주의도 기승을 부린다. 여기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고 수출지향적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도 에너지를 비롯해, 수입 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어 미국은 안보의 최고 파트너, 중국은 최대 수출시장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늘 안미경중(安美經中)의 대외전략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대중 수출비중은 60%에 달할 만큼 매우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욕을 먹고 있는 러시아도 한국과 경제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이웃 중 하나였다. 정치적 입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시기이기에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전 세계 경제의 1/3에 해당하는 거대 경제권인 IPEF가 5월 23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주도로 인도-태평양 경제권에 협력체를 만들고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등 신통상 의제에 대한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 프레임워크다. 사실 IPEF의 핵심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적 환경조성'에 가깝다. 중국을 첨단산업 분야에서 고립시켜 성장을 둔화시겠다는 의도다. 한국이 IPEF에서 핵심국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민감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앞서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때도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첨단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자율로봇을 비롯한 4차 산업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까지 발표했다.


글로벌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급물살에서 균형감각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특히 이번 변화는 정부보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최일선에 나서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도 삼성과 현대가 대한민국을 대표했다. 중국에서의 사업 위축 어려움에도 불구, 미국에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 고물가·고금리 상황, 소비 위축 같은 어려운 시기에 정말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금껏 헤쳐온 역경의 세월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늘 이겨냈고, 또 더 나은 성과로 여기까지 왔다. 국제정세가 결코 쉽지 않은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지혜롭게 잘 대처해 나갈 것이라 믿으며, 우리 기업들을 응원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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