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하루살이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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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2   |  발행일 2022-06-02 제23면   |  수정 2022-06-02 06:41

하루살이는 하루살이 과(科)에 속하는 곤충이다. 애벌레로 물속에서 1~3년가량 견뎌야 성충이 되지만 실제로는 하루만 살지 않는다. 수컷은 2~3일, 암컷은 5일가량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컷은 종족 번성에 필요한 알을 낳기 위해 며칠 더 살지만, 너무 짧은 삶을 살기에 하루살이라 부른다. 하루살이는 잠깐 스치듯 생을 마감하는 탓에 불필요한 입을 없애버려 먹이를 먹거나 물을 마시지도 못한다.

생태계에서 하루살이는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1차 소비자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곤충학자들은 하루살이가 사라지면 지구 생태계는 곧바로 교란이 생겨 결국 파멸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루살이의 짧은 생애는 인간 관점에서 바라보면 하찮기 그지없다. 불과 일주일도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는 인간의 월(月)과 년(年) 단위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살이에게 3년 전이란 수백 년 전이고, 30년 이후라는 것은 인간의 영역에서 영원과 같다. 고작 며칠을 사는 하루살이 처지에서 수개월이나 수년 단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0년을 사는 인간의 관점에서 하루살이의 삶은 하찮은 존재나 다름없다. 2~3일을 살기 위해 물속에서 1년 넘게 버텨야 하는 하루살이의 생태도 이해하기 힘들다. 초여름 무렵 물을 박차고 날개를 펼치는 하루살이는 벌써 삶의 절반을 넘겨 생의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3천년을 사는 은행나무와 비교하면 인간의 삶 역시 조롱거리나 다름없다. 하루살이는 인간에게 삶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이 되기에 충분하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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