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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
결과가 뻔했다. 기름통 안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데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 눈물의 참회와 당 쇄신 약속 그리고 골육상잔의 내전. 짐작한 바대로 민주당의 몰락은 예정된 시간표에 따라 착착 목도되고 있다. 급기야 분당설까지 나온다. '무너지는'이란 격한 표현이 조금 께름칙했지만, 지금 하는 꼬락서니 보면 부질없는 고념(顧念)이었다. 아직 멀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피 터지게 싸워라, 오래 싸우진 말고.(박지원 전 국정원장). 벼랑 끝 넘어 그 밑바닥까지 떨어져야 할 터이다. 그때야 참된 민심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상황은 탄핵정국의 국민의힘 같다. 잿더미 될 때 새로운 길 열린다'(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는 비아냥거림을 당해도 싸다. 분열증적 민심불감 정당. 과한가. 천만에다. 정신 못 차리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일반이지만, 예후가 점점 심각하다. 3연패 했으면 콕 집어 누구 탓이라 하기 난감하다. 이재명, 송영길, 문재인, 이낙연 모두 책임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민심 불감, 민심 오독, 민심 왜곡, 후안무치가 지금 민주당의 가장 치명적 증후다. 매몰찬 말 아니다. 민주당의 내일을 밝게 보기 힘든 첫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민심과 너무 멀어졌다'는 것. 그런 언어가 당내 아무렇지 않게 난무한다.
"국민 여러분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도 잘 알고 있고, 실망도 잘 알고 있다"(이재명 민주당 고문, 지방선거 D-2 호소문)고 했다. 잘 알고 있다니. 그럼 잘못인 줄 알고도 앞장서 이 난리를 치는 건가. 세상이 다 아는 일을 "당이 원해서 출마했다"고? 상식 이탈 어법에 국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끄덕임의 뜻을 아는가. '당신의 실체를 이제야 알게 되는군요'와 같은 의미다. "송구하다. 몰랐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나았다. 대통령 선거 떨어지자마자 이러는 후보는 처음 본다.(유인태 전 의원) 후보도 모자라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더니 혁신비대위까지 챙기려는가. 이재명 고문은 자신의 법적 도덕적 리스크를 말끔히 털기 전에는 정치에 한 발짝도 들여선 안 된다. 혹여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을 꿈꿀 요량이라면 아예 아서라. 그게 민주당의 진짜 불 구덩이 된다. '20년 집권'이 아니라 '20년 야당' 직행 길이다. 그런데 무조건 출마한단다. '출마하면 된다'는 게 정설이라니 가당찮다. 그러니 '몰락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진중권 전 교수)라 조롱당한다. 쪼개지든지, 무너지든지, 이재명의 선택에 달렸다. 그가 답할 차례에 침묵이 길다. 이 침묵의 낯익은 무뢰에 질린다. 큰일 하겠다면 명분을 쌓아가는 게 정도다. 리더가 되어야지 악착같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정치 모리배의 길을 가려 하면 안 된다. 국민은 그걸 다 셈해 돌려준다.
전당대회가 그리 급한가. 쇄신 다 하고 전당대회 열면 어디 덧나는가. '당 쇄신' '정치개혁'에 민주당의 명운이 걸렸다.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다. 2개월짜리 혁신비대위로 진짜 혁신이 가능할까. 말만 혁신이지 혁신할 뜻이 없는 것으로 읽힌다.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자기 진영을 재물 삼아 그 잿더미 위에 욕망의 바벨탑을 세우겠다? 이재명 고문이 '잠시 멈춤'하는 게 민주당이 사는 첫걸음이다. '0.73%'의 미망에 갇히지 말고 '50.4%'의 희망을 보라. 50.4%?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이 받은 득표율의 합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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