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상담실] 아이의 국어능력 높이는 방법

  • 노인호
  • |
  • 입력 2022-06-13 07:15  |  수정 2022-06-13 07:23  |  발행일 2022-06-13 제13면
함께 詩 읽고 소감 나누며 사물 이용한 어휘놀이 병행
처음 詩를 접한다면 짧은 글부터
내용 먼저 읽고 제목 맞히기 활동
제목 유추과정서 언어사고력 향상
어린이들이 직접 쓴 동시도 추천
생활 속 경험 등 공감 형성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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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내 한 서점에서 초등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시를 가까이 하고 직접 써보면 사고 능력, 표현 능력 및 문해력을 향상시켜줄 수 있다고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은 조언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잘 모르겠어요." 많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답이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아이들은 서로 소통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국어 공부가 어렵다고 느낀다. 이런 아이의 사고 능력, 표현 능력 및 문해력을 향상 시켜줄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왜 시(詩) 교육이 필요한가요.

A: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살펴보면 시가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평소 동화나 시 등 문학을 꾸준히 접하지 않은 아이들은 국어를 어려워하고, 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답하는 활동에서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학습 대상으로서의 시가 아니라 시를 감상하면서 또 시를 이용해 국어 능력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을 언어로 형상화한 문학인 시를 통해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끼고 소통합니다. 이러한 시를 교육함으로써 학생들이 풍부하면서도 창의적인 언어생활을 하고, 그리고 나아가 언어문화 향유 능력을 기르는 데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또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다루는 시를 통해 인문학적 사유를 하며 평범한 것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점, 사고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빠르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여러 가지 지식을 알고 스마트하게 살아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사는 사람이죠. 세상을 사유하고 표현하며 서로 소통하는 사람, 시를 즐길 줄 아는 교양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기 위해 시, 문학 공부는 초등학교 때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국어과 교육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Q: 시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짧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보다 영상 매체에 친근감을 느끼고 빠져들게 되죠. 문자 언어를 읽고 의미를 잘 해석하게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읽히면서 점차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금방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도 함께 시와 친해지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 읽기를 즐기게 하려면,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게 하려면 부모님이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지만 의미를 담고 있는 시는 읽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사람마다 배경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서 해석과 감상이 달라질 수 있는 시를 가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어본다면 자연스레 시를 접하게 될 것입니다.

시를 접했다면, 시의 주제나 사물과 관련된 어휘 등을 이용해 놀이를 해 봅니다. 시를 쓰는 작가들은 일상이나 주변 사물의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사유해 문학 작품으로 표현해냅니다. 아이들 주변의 사물을 문제 내어 맞혀보는 활동 등을 하고, 시를 함께 읽으면서 아이의 생각을 물어본다면 사물을 다르게 보는 능력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Q: 시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A: 먼저, 시를 가볍게 즐기면서 읽어봅니다. 시를 읽은 후 물음에 답하기와 같은 형식적인 시 감상이 아니라, 시를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입니다. 반대로 시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제목을 맞혀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시의 내용을 읽고 제목을 유추해보는 과정에서 언어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시의 내용을 깊이 생각해봅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어떻게 대상을 보고 쓴 것일까 등을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부모님의 생각과 아이의 생각을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며 서로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시를 이용해 국어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궁금한 어휘가 생기기 마련인데요, 이 어휘를 찾아보고 익혀가는 과정에서 어휘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시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바른 글씨로 시를 따라 쓰다 보면 바른 글씨를 쓰는 능력도 향상됩니다. 여기에 시로 쓰고 싶은 경험을 생각하다 보면 삶을 성찰하는 능력 또한 길러집니다.

시 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정답이 없고 아이들의 말을 글로 옮기면 시가 되거든요.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문자로 표현하는 자체가 시가 됩니다.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글로 잘 표현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 때 다소 엉뚱한 생각이라도 존중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시를 읽고 서로 소통하는 문학 향유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이 길러집니다.

이렇게 다져진 국어 실력은 다른 교과에도 전이가 됩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은 시로 사고하고 표현하며 소통하는 사람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낌없는 칭찬을 듬뿍 준다면 삶 속에서 시를 즐기는 아이가 될 것입니다.

Q: 어떤 시나 시집을 골라야 하나요.

A: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왔던 고전적인 동시가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도 배웠던 시들이죠. 부모님이 알고 계시는 시를 활용하면 좀 더 대화거리가 풍부해질 것입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의 공감을 사는 재미있는 시가 많이 나옵니다. 문학성도 표현력도 있으면서 재미까지 있는 시집이 많이 보입니다. 1~6학년에 따라 시를 추천하는 시집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동시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쓴 어린이 시도 있습니다. 어른이 쓴 동시와 달리 어린이 시는 생활 속 경험, 마음이 좀 더 솔직하게 잘 드러나서 아이들의 공감을 많이 얻습니다. 동시와 어린이 시를 고루 접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좋은 시, 나쁜 시를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거나 아이들의 말을 흉내 내는 데 주력하는 시, 말장난에 그치거나 너무 길어서 아이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시, 너무 자극적인 표현이 들어간 시 등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이고은 대구대실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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