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쉰 목소리…알고보니 역류성 식도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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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4 07:28  |  수정 2022-06-14 08:32  |  발행일 2022-06-14 제16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저녁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원 제한 등으로 2년가량 자취를 감췄던 직장인의 저녁 회식도 부활하고 있다. 함께 모이지 못했던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만남을 되찾은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늘어난 과음과 과식 후 수면 중 발생하는 쓰린듯 한 가슴 통증과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도 함께 돌아온 경우가 적지 않다. '역류성 식도염'이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해본 이들 중에는 심한 경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역류성 식도염은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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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면 가슴앓이나 역류에 의한 식도점막 손상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은 pH가 1.5~3.5 정도고, 0.5%(5천PPM)의 염산과 대량의 염화 칼륨, 염화 나트륨으로 되어 있다.


胃 내용물이나 위산 역류로 인한 질환
식도점막 손상 등이 대표 증상이지만
흉통·목 이물감·천식 등 나타나기도

만성질환으로 우리나라 인구 10~20% 앓아
증상 주2회 이상 지속해 발생땐 치료 필요
위산에 의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인지 꼭 확인



주로 음식물이 들어왔을 때 펩신과 함께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데 주 역할을 한다. 또 위산은 음식물을 통해 들어오는 여러 세균들로부터 장을 보호하는 일차적인 방어기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위의 점막은 이러한 강한 위산으로부터 손상을 받지 않기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점액과 중탄산이온 등의 여러 방어기전을 통해 위산과 위점막이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인접한 식도의 경우에는 이러한 방어기전이 덜 발달되어 있어 위산과 위 내용물의 역류에 의해 대표적인 증상인 가슴 쓰림과 같은 비특이적 가슴 통증과 역류 증상이 발생한다. 그 외에 만성 기침, 쉰 목소리, 목의 이물감, 흉통, 기관지 천식 등과 같은 식도 외 증상들도 흔히 발생할 수 있어 다른 병들과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에서도 역류는 가끔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증상이 일주일에 2회 이상 지속해서 발생할 경우에는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하고 치료해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식도괄약근에 있다. 식도와 위 사이에 식도괄약근이 존재하고 있어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 내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정상인의 경우는 음식을 삼킬 때와 트림할 때만 식도괄약근이 열린다. 그런데 이 식도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하거나 부적절하게 열리는 경우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어 식도로 거슬러 올라온 위산의 자극으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만성적으로 위산 등에 노출될 경우 내시경에서 위·식도 접합부의 점막 손상이 발생하게 되며 나아가 식도 궤양, 협착, 바렛 식도, 궁극적으로는 식도의 선암 등이 생길 수 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역류성 식도염은 비만이나 고혈압 등과 같이 나라가 잘살게 됨에 따라 환자가 증가하는 일종의 선진국형 질환이다. 서양에서는 인구의 약 20~40%가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식생활의 변화, 헬리코박터 감염률의 감소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최근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보고를 보면 전체 인구의 10~20%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양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이 병의 특성상 완치가 없고, 대부분 평생 증상의 반복을 경험하고 치료가 필요한 만큼 결코 작은 숫자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시행하는 검사는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위산 억제제인 프로톤펌프 억제제 투여다. 위산을 적절히 억제했을 때 증상이 호전될 경우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증상이었음을 유추하는 방법이지만, 진단적 정확성에서는 조금 부정확할 위험이 있다. 이런 탓에 최근에는 프로톤펌프 억제제 우선적인 투여방식의 진단을 권하지 않고 있다.

대신 국내에서는 내시경으로 인한 진단 방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내시경상에서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분의 점막 손상을 확인하게 되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렇지만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정상 내시경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는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 등 다른 검사를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의 초기 치료는 프로톤펌프 억제제(PPI) 또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와 같은 위산분비 억제제를 표준용량으로 4~8주간 투약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초기 치료로 증상이 없어지는데 도달하는 비율은 역류성 식도염이 동반된 경우 85~90%에 달하지만, 내시경 검사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확인되지 않는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에서는 50~60% 정도로 높지 않다.

이러한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의 가능성과 함께 기능성 소화불량증 및 식도 내장 과민성이 함께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우울제와 같은 약제를 병용 투여해야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또 투약으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하더라도 투약 중단 후 재발이 매우 흔한 탓에 많은 경우 장기간의 투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비만이나 과체중인 환자의 경우 체중감량 △카페인이 함량된 커피 등의 음료 줄이기 △눕거나 잠들기 전 식사 피하기 △금연 등의 생활 습관 개선도 약간의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런 만큼 위산 억제제의 유지요법을 고려해야 하는 만성질환임을 환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키는 점이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수년 이상 지속적인 양성자펌프 억제제 투약이 필요한 환자나 위산분비억제제 투여로 증상이 조절되기는 하지만 약효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 중의 일부에서는 항역류 수술이나 내시경적 괄약근 고주파 치료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위산분비억제제의 투약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비전형적인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지닌 환자들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치료를 시행하기 전 위산에 의한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칠곡경북대병원 권용환 교수(소화기내과)는 "위산 역류에 의한 질환은 만성질환이다. 그런 만큼 이런 사실을 알고 그 치료에 있어서도 적절한 약물과 함께 어떠한 상태에서 증상이 발생하는지를 잘 인지하고 적절히 피한다면 슬기롭게 이 질환과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도움말=권용환 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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