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러-우크라 전쟁에 발목 잡혔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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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1 16:12  |  수정 2022-06-21 16:24  |  발행일 2022-06-23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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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개 광역단체와 7개 기초단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고령군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 <고령군 제공>

10년 넘게 3개 광역단체와 7개 기초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가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두고 급제동이 걸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세계문화유산등재를 통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던 해당 단체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경북 고령군과 경남 함안·합천·김해·고성·창녕군, 전북 남원군 등 가야고분군을 가진 전국의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는 외교통상부, 문화재청 등과 함께 지난 2011년부터 '가야고분군 7개 연속 유산등재'를 진행해 왔다. 가야고분군은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병존하면서도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체계를 유지했던 가야문명을 실증하는 독보적인 증거로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한 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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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개 광역단체와 7개 기초단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고령군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 고령군 제공
야고분군 7개 연속 유산등재는 2019년 세계유산등재신청 후보로 조건부 가결됐고 이듬해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에 선정됐다. 이후 유네스코자문기구 현지 실사와 심사를 거쳤다. 유네스코는 오는 19~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열고 세계유산등재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었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과정까지 진행되면 등재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전쟁에 따른 국제정세가 악화됐고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러시아는 지난 4월 21일 유네스코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 연기를 공식 통지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달 11일 한국 등 46개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각종 유산파괴행위에 항의하며 러시아가 주최하는 국제회의 참석을 거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일정에 대한 공식적 발표가 없어 언제 회의가 열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고령군 등 해당 단체들은 곤란한 상황이 됐다. 고령군은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등재를 전제로 관광 등 관련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했다. 하지만 세계유산등재가 연기됨에 따라 기념식, 조형물 설치 등 여러 사업추진이 꼬여버렸다. 문화재청이 시행하는 각종 세계유산 공모사업 등도 함께 미뤄져 고령군 등이 신청할 수 있는 국비 사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권중수 고령군 관광경제국장은 "고령군을 비롯한 해당 기초단체와 광역단체들이 외교부, 문화재청 등을 통해 현지 동향을 청취하고 있다"며 "2020년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코로나 19로 인해 1년 연기된 전례에 비춰 봤을 때 올 하반기쯤 향후 일정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하지만 속수무책이라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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