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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종별 럭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21일 경산시 생활체육공원 내 송화럭비구장에서 성남고와 배재고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
"사나이들의 약속은 태풍이 몰아쳐도 불볕더위에도 지키는겁니다."
21일 낮 12시30분 32℃를 찍은 경북 경산시 생활체육공원 내 송화럭비구장. 성남고와 배재고 선수들이 제 75회 전국 종별 럭비선수권대회 '19세 이하부' 경기에서 맞붙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와 다부진 체격을 가진 선수들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경기에 몰입했다. 럭비경기는 일정이 잡히면 어떠한 경우에도 미루거나 취소하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이다. 무더위 마저 잊고 사나이들의 약속이 실천되는 곳이 바로 경산시다.
경산은 국내 럭비의 1번지다. 전국에서 럭비전용구장은 인천 남동아시아드경기장과 오직 두 곳뿐이다. 국내 첫 럭비전용구장은 경산에 마련됐다. 경산지역 럭비인구만 1천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럭비 메카'다.
경산의 럭비역사는 고(故) 송화 박진희 선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광유(주) 창업자인 박재관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대구상고와 대학시절 럭비선수로 이름을 떨쳤다. 대구와 행정구역 분리 이전에 경북럭비회장을 맡았고, 대한럭비협회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암 진단을 받은 송화 선생은 매입한 경산 생활체육공원내 33만여㎡(1만여평)를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았다. 1987년 (재)송화럭비진흥회를 설립해 이 부지를 재단 재산으로 이전시켰다.국제 규격의 전용구장을 만들고자 했지만 생전에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셋째 딸인 박윤경 경북광유(주)사장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2009년 11월 송화럭비구장을 만들었다.
송화럭비구장은 개장 후 매년 전국 규모 대회를 최소 한차례이상 개최하고 있다.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만 전국 25개 팀이 참가해 선수단과 학부모 등 2천여명 이상이 경산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80년에 창단한 경산중·고 럭비선수단도 송화럭비구장과 함께 전국 최고의 럭비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국가대표 럭비선수만 100여명 넘게 배출하고 있는 명문이다.
또한 전국 유일한 주부럭비선수단도 경산에 있다.
(재)송화럭비진흥회에서 명칭을 바꾼 (재)송화문화재단은 장학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경산뿐만 아니라 럭비팀을 두고 있는 대구상원고, 대서중, 평리중학교에도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경산고 럭비부 초대 감독을 지낸 이복현 (재)송화문화재단 감사는 "송화 선생의 럭비 정신은 바로 희생 정신이다. 상대팀의 전진을 막기 위해선 태클과 세이빙(공을 끌어안고 구르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을 던져야 공을 살려낼 수가 있는 것이다.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전진하는 강인한 정신이 바로 송화선생의 '투구혼(投球魂)'이다"며 "이러한 럭비정신이 삶을 헤쳐가는 지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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