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도시의 개성

  • 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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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4   |  발행일 2022-07-04 제25면   |  수정 2022-07-0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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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지난주에 사단법인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이하 대구읽기)' 회원들과 1박2일 일정으로 목포에 워크숍을 다녀왔다. '대구읽기'는 대구의 근대사를 연구하는 소장학자들의 모임이다. 2010년경 소규모 연구모임으로 시작해 어느덧 햇수로 12년째 접어들었는데, 작년에 정식으로 비영리 법인단체 등록을 했다.

'대구읽기'는 평균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기적인 연구모임을 갖는데 코로나사태 이후로는 줄곧 온라인모임을 해 왔기 때문에 이번 워크숍 여행은 거의 2년 만에 하는 나들이였다. '대구읽기'는 근대사를 연구주제로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많이 거주한 인천이나 부산, 군산, 목포 등과 같은 개항지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인천이나 부산, 군산 등지의 연구자들과 교류하거나 그 지역을 탐방하러 가는 기회가 종종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 중 유일하게 목포는 아직 한 번도 방문을 한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지인을 통해 마치 한국의 나폴리로 불릴 만한 도시라는 소리를 들어온 터라 이번 워크숍을 통해 목포라는 도시를 꼼꼼히 둘러보고 싶었다.

출발 당일 새벽까지 내린 폭우로 조바심이 났지만, 다행히 아침나절에 비가 그쳐 목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처럼의 전라도 방문이라 식도락 또한 빼놓을 수 없는지라 지인의 추천을 받아 홍어삼합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곧바로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 해상케이블카를 타러갔다. 목포 시내 북항 스테이션에서 출발해 유달산을 거쳐 고하도까지 가는 해상케이블카는 국내 최장거리(3.23㎞)라고 하는데 최근 목포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는 핫플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TV를 통해 '목포는 항구다'라는 유행가 가사를 듣고 자랐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목포의 이미지는 애잔한 항구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에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 본 목포는 유행가 가락 속에 묻어나는 애잔한 항구도시도 아니고 나폴리 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 여기저기 개발의 손길이 닿아있는 잘 정비된 관광도시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내려 유달산 아래를 드라이브하다 뜻하지 않게 대구와 똑같은 이름의 공원과 명소가 목포에도 있다는 사실에 잠시 놀랐다. 길가의 안내표지판에서 본 달성공원이라는 공원명이 한자까지 똑같다는 사실과 생긴 모양은 다르지만 갓바위라 불리는 명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대구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의 목포는 원도심을 걸을 때는 대구의 북성로를 걷는 듯한 기시감마저 들었다. 목포근대역사관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지역은 소위 '지붕 없는 박물관'을 표방하여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고 그것을 도시재생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북성로나 인천 등지에서 보는 풍경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단 근대역사지구뿐만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달동네 벽화마을을 다닐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이것은 목포의 도시재생방식만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후발주자로 참여한 각 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이 선진지 사례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다 보니 각 도시가 마치 강남의 성형 미인들처럼 개성 없는 모습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사람도 도시도 그들만의 개성이 있어야만 매력이 있다. 매력 있는 도시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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