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욱하는 아이 감정조절법…분노 발작 시 아이 손목 잡고 차분히 기다려줘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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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1  |  수정 2022-07-11 07:25  |  발행일 2022-07-11 제13면
슬픔 등 다양한 감정 파악·구별부터

아이 말에 담긴 감정 인정해주고

욕설·폭력 행동 단호히 제한해야

길게 심호흡·즐거운 상상 하기 등

평소 감정 컨트롤 성취경험 쌓아야

[초등맘 상담실] 욱하는 아이 감정조절법…분노 발작 시 아이 손목 잡고 차분히 기다려줘야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감정카드를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속상한 일이 있으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거나 우울해지는 것은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다. 그렇다고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 아무곳에서, 아무 상관없는 이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감정을 조율하는 것이 아직 어려운 초등학생의 경우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탓에 "우리 아이는 욱하는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다툼이 많습니다. 화가 많이 났을 때에는 주변에 있는 물건을 던지거나 욕도 하는 탓에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습니다. 집에서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초등학생 학부모가 적지 않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눈물을 보이고, 욱하고 화를 내는 자녀의 모습에 부모님은 당황스럽고 걱정될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이 감정과 분노를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 대해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감정조절문제는 어떻게 발생할까요.

A: 우리에게는 누구나 감정을 담는 그릇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릇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물을 담으면 물은 당연히 넘쳐버리겠지요. 아이도 부모와의 갈등, 학교 적응문제, 친구와의 갈등, 자존감의 저하, 성적에 대한 부담 등 다양한 스트레스로 감정적 부담이 갑자기 커지게 되면 감정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감정 정도를 벗어나게 되어 짜증이나 분노가 폭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릇에 물이 담기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넘치지 않게 덜어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물이 넘치는 일은 없겠지요. 이처럼 아이가 감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문제에 대해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아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면 감정 그릇이 넘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짜증이나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릇의 크기나 특징에 따라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달라지듯, 우리 아이의 감정 그릇의 크기나 특징에 따라 쉽게 화나 짜증을 낼 수도 있습니다.

Q: 아이의 감정 코칭은 어떻게 하나요.

A: 만약 깜깜한 동굴 입구에 서 있다면,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그 동굴이 얼마나 깊은지,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아주 무섭고 겁이 날 것입니다. 그러나 동굴 속에 빛을 비추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게 되면 무서운 마음은 한결 사그라들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화가 날 때 막연히 '기분 나빠. 짜증 나'라고만 생각하면 기분이 풀리지 않고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그러나 어떤 감정이 쌓여 화가 되었는지 우리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나는 마음이 한결 잦아들게 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아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슬픔·후회·미움·질투·억울함·민망함·아쉬움 등 어떤 것인지 구별하고, 그런 감정을 아이가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줘야 합니다. 아이의 말속에 담긴 감정을 인정해 주어야 아이의 마음이 풀립니다. "내가 네 입장이라도 그랬겠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해"라는 이해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부모가 대안적 행동을 제시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욕설, 폭력 등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제한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Q: 아이 스스로 화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나요.

A: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상 대화를 나눌 때 자녀와 함께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연습해 보세요. △'잠깐'하고 멈춘다 △길게 심호흡한다 △'참자, 진정하자, 괜찮아'라고 혼잣말을 한다 △즐거운 상상을 한다 △음악 듣기, 목욕하기, 스트레칭 등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본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한다 등으로 말이죠.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은 '성취 경험'이 되고, 한 번 성공하면 점점 더 잘하게 됩니다.

Q: 아이의 분노발작이 길어진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아이가 분노발작을 멈추지 못하고 길어진다면 이렇게 해 보세요. 우선 자녀의 손목을 잡고 적당한 의자에 앉힌 후 화가 가라앉아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그다음 소리를 지르지 말고 차분하게 "네가 지금 소리 지르는 것을 스스로 멈추고 다시 차분해지면 좋겠구나. 그때까지만 너의 팔을 잡고 있을 거야"라고 말한 뒤 비난하지 않는 태도로 지긋이 자녀를 쳐다보며 기다려 줍니다. 그리고 자녀가 분노발작을 멈추면 바로 안아주고 "방금 너 스스로 멈추었구나. 정말 잘했어. 다음번에는 더 쉽게 멈출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 줍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분해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Q: 교실에서는 감정 표현을 어떻게 지도하나요.

A: 아이들과 주 1회 사제동행 행복시간에 감정카드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데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조차 정확히 모르고 대충 넘어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감정 카드'에 나와 있는 다양한 감정 표현을 참고해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 생각을 말하며 서로 소통하고 공감함으로써 아이들의 감정 근육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모두 소중합니다. 자녀가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김경숙 만촌초등 교사<참고문헌-교육부 학생 정신건강지원센터, 우리 아이 감정 그릇 튼튼하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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