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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리유적 1호 널무덤에서 출토된 각종 청동유물. 〈경산시립박물관 제공〉 |
그는 누구일까.
통나무로 만든 널무덤에는 귀중품이 쏟아졌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옻칠품과 다양한 청동유물이 함께 묻혀있었다. 짧은 목항아리 속에는 복숭아·참외 씨앗과 숭어뼈도 확인됐다. 치아와 뼈를 분석해 본 결과 2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
김은진 경산시립박물관 팀장은 지난 14일 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고문화실에 전시된 '양지리 유적 1호 목관묘 유물' 앞에서 설명을 길게 했다. 그는 "출토된 유물을 보면 무덤 속 인물이 원삼국 시대 상당한 위상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설명을 마무리했다. 이 유물들은 경북 경산시 하양 무학지구 택지개발 사업 중 발굴된 것으로 경산시립박물관 전시물 중 '원톱'으로 손꼽힌다.
옻칠품과 청동유물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 박물관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이 유물들은 경산에서 볼 수 없을 뻔했다.
그동안 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는 모두 국립박물관으로 이관됐다. 하지만 경산시립박물관은 지역 발굴 문화재 인수 계획을 수립해 2019년 10월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귀속문화재 위임기관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2020년부터 경산지역 발굴 문화재는 경산시립박물관에서 인수·전시·관리하고 있다. 양지리 유적·임당1호분·중산동 유적 등 지역 발굴문화재 6천784점을 인수하는 성과를 이뤘다.
2007년 개관한 경산시립박물관에선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문화유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장유물은 모두 1만4천452점이다. 이 중 1천128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리모델링사업에 선정돼 2021년 9월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관했다. 상설전시 전면 개편, 중요 유물 전시·박물관 MI(Museum Identity) 및 캐릭터 제작·교육실 신설 등의 리뉴얼을 통해 박물관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종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면서 경산시민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전시동 1·2층), 특별기획전시실(전시동 2층), 어린이체험실(별관동 1층), 교육실(별관동 2층)로 구성됐다.
특히 어린이체험실은 역사와 재밌게 친숙해지도록 꾸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박물관 캐릭터인 '경산이' '압독이'와 함께 경산의 문화유산을 쉽게 공부할 수 있다.
또한 642년 압량주(지금의 경산) 군주인 김유신 장군이 군사를 훈련하던 장소인 압량읍 압량리·내리, 진량읍 선화리 일대에 있는 경산 병영유적(사적 제218호)은 아이들이 투구와 갑옷을 입고 장군이 되어 말을 타고 활쏘기를 체험하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경산시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현문화박물관 김도온 관장은 "박물관의 자랑거리인 대표 유물들은 연구성과를 축적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화재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특히 양지리 유물은 꼭 한 번이라도 직접 관람하길 바란다. 진귀한 전시물"이라고 말했다.
경산시립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 하면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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