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스타트업과 규제…“그 수첩 이만 내려놓으시지요"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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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6  |  수정 2022-07-26 07:12  |  발행일 2022-07-26 제14면
[기업법률 가이드] 스타트업과 규제…“그 수첩 이만 내려놓으시지요
최영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인터넷 헤비 유저들 사이에서 수많은 패러디 명대사를 남겼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1980~1990년대의 부조리한 시대상이 현실감 있게 반영됐다는 평을 듣는다. 주인공 최익현(최민식 역)은 폭력조직과 연계해 온갖 이권 사업에 관여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 그가 연줄을 대고 있는 정관계 인사를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영화 속 대사처럼 정관계 인사들의 연락처가 적힌 수첩을 두고 "이기 10억짜리다"라고 할 법도 하다. 그 10억짜리 수첩, 지금도 통할까?

당시에도 공무원 등이 뇌물을 수수한 경우 처벌 조항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재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특히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직 사회에서 통용되는 윤리 기준이 엄격해졌다. 떡을 주거나(춘천지방법원 2016과20), 음료수를 선물하는 것도(대구지방법원 2016과3521) 당장 법 위반으로 평가받게 됐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절대 예전 같을 수는 없게 됐다.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규제나 대관 업무 영역을 이제는 더 이상 '아는 형님', '집안 어른의 지인'을 통해 손쉽게 '일 보는' 것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코로나 19 사태로 배달 등 비대면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가 유례없는 활황을 누렸다.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서비스를 사업모델로 하는 회사를 보자.헬스케어 분야는 규제 자체가 꼼꼼하고 까다로운 데다 주무 부처는 명쾌하게 해석을 내려 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애매모호할 때가 많다.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서비스 역시 적법성을 두고 의사·약사 등 직역 단체와 갈등을 겪었다. 주무 부처로부터 사업이 위법하다는 의견을 받아 방향을 변경하기도 했다. 보기엔 '이렇게 편한 서비스가 왜 문제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주위에 많은 쇼핑몰은 또 어떤가. 사업자가 직접 물품을 판매하는 지, 판매를 중개하는 지에 따라 적용법령, 필요한 신고 유형, 관계기관이 달라진다. 우여곡절 끝에 통신판매업 신고 정도를 조언받고 가까스로 첫발을 떼었다 해도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전자상거래법이 정하는 크고 작은 의무사항을 사업 곳곳에 반영해야 한다.

혹여 자체 포인트라도 발행하게 되면 포인트 발행량이나 사용처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규제가 직격으로 들어올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요즘 핫 한 '가상자산'에 해당한다고 봐서 머리가 더 아파질 지 모른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며 규제를 무시하고 일을 할까 싶은 유혹도 든다. 그래도 된다. 단, 걸리지 않는다면. 만약 법령에서 정한 의무가 있어도 이를 행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선 수익이 추징될 수도 있다.

더 끔찍한 것은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 회사가 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거나 사업 수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투자금 상환, 위약벌 등 법 위반에 대한 패널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주주 동의가 있어도 책임 감면이 불가하다.

사업에서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규제의 산을 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는 당장 매출 발생 유무보다 훨씬 중요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애초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난제다.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영화 속 최익현의 수첩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자, 그 수첩 이만 내려놓으시지요."

최영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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