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더 유명한 구미 한복명장 이봉이씨 "지방에 궁중복식박물관 설립이 꿈"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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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8 16:30  |  수정 2022-07-28 17:43  |  발행일 2022-08-01 제24면
혼수 재봉틀로 시작한 한복과 인연 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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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과 궁중 복식 명장 이봉이 장인이 한복을 짓는 바느질을 하고 있다.<이봉이 한복연구소 제공>

"23살에 혼수로 장만한 재봉틀이 한복과 인연을 맺어 45년간 나의 인생의 목표이자 길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딸에게 입힐 한복을 만들었으나 기계로 찍어내듯 한결같은 디자인을 보고 한복에 더 큰 욕심이 생겼습니다."

경북 구미시 원평동에서 이봉이 한복연구소를 운영하는 이봉이씨(68)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한복과 궁중 복식 대가·명장·장인 칭호를 모두 듣는다.

33㎡ 남짓 한복연구소와 150㎡ 규모의 자료보관실에 들어서자 TV 사극에서 보던 조선 시대 임금의 상복(常服) ‘홍룡포’가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

조선 시대 임금이나 황태자의 ‘시무복(視務服)’, 양쪽 어깨에 금실로 수놓은 ‘반룡·황룡·청룡포’, 왕비의 최고 예복으로 꿩 무늬가 장식된 ‘적의’와 ‘원삼’, 왕비의 법복 ‘구등적의’ 등 생소한 궁중 옷 100여 점에서 그가 걸어온 인생의 무게감과 고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래전 궁중복식연구소에서 16세기 저고리, 대·서란 치마, 원삼, 청달영, 배자, 무동복을 짓는 전통 복식 교육을 받았다.

이어 서울 무형문화재 침선장 박광훈 선생(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1호)과 구혜자 선생(중요무형문화재)으로부터 12장복, 청적의, 홍곤룡포, 조복, 활옷, 큰댕기, 솜저고리, 답포, 대홍적의, 전행웃치마, 스란치마, 대란치마, 요선철릭을 만드는 침선과 바느질 솜씨를 물려받아 기능 이수자로 선정됐다.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고문서와 논문으로 최고의 한복으로 손꼽는 궁중 복식 제작 기법을 연구하고, 안동에서 출토된 원이엄마 의복과 같은 오래된 복식(옷 꾸밈새)을 재현하면서 선조의 한복 기술과 바느질 기법을 익혔다.

임금과 종묘를 참배하거나 외국의 사신들을 영접하는 특별한 예의를 갖출 때 입는 ‘적의’ 재현에 투자한 원단값만 1천만원이 넘을 정도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아름다움은 한복 만들기로 항상 재미있고, 새로운 신비감으로 미칠 지경"이라는 그의 한복 인생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집안 사정으로 초교를 마친 장인은 배움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낮에는 미싱자수와 한복 장사를 했고 야간에는 나눔·상록학교에서 주경야독으로 45살에 중·고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그해 딸과 함께 수능을 치러 상주대 의상디자인학과 99학번으로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상주대 대학원(패션학과)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성신여대 대학원(의류학과)에서 ‘조선 말기 왕과 왕비 복식 재현·제작 연구’로 2014년 환갑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15년간 학업에 매진했다.

그의 불타는 열정은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멈출 줄 모른다. 21세기 왕과 왕비의 복식 재현을 소재로 △왕의 옷을 짓다(2018년) △왕비의 옷을 짓다(2019년) △상장례와 수의(2019년) △전통복식 따라 짓다 남·여 복식(2020년) 등 5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의 노력과 열정은 절대로 헛되지 않았다. 오랜 자기 계발로 만든 작품으로 10회가 넘는 개인 전시회와 패션쇼를 열었고, 미국, 프랑스, 독도, 상주, 군위, 구미 등 국내외 전시회에 30회 이상 참여했다.

대한민국 한류 문화 산업예술 대상, 평화예술제 문체부 장관상,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비롯한 국내외 굵직한 공모전 20회 입상과 수상, 2009년부터 6년간 경북대 상주 캠퍼스 외래 교수, 구미시 평생교육원 강사 활동한 결과 2016년 경상북도 최고장인, 2018년 신지식인, 2019년 우수 숙련기술자, 2020년 대한민국 산업 현장 교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평생을 갈고 닦은 한복 기술의 체계화로 궁중복식 명장이나 중요 무형 문화재로 인증 받는 것과 비수도권 사람들도 궁중 복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방에 궁중복식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자 꿈이다"라고 말했다.

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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