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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다. 지역 농산물 판매를 목적으로 여는 축제는 그 나름대로 의의가 있겠으나 축제의 본뜻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런 유의 축제는 판매·홍보 행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3일간 이어진 소울푸드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상주시 대표축제가 지난 3일 끝났다. 소울푸드는 영혼을 감싸주는 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 기억에 오래 남는 특별한 맛의 음식을 이른다. 축제의 이름이 정해지자 상주시민은 '상주에 도대체 어떤 음식이 소울푸드인가' '상주와 소울푸드는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하는 의문을 품었다. 축제가 끝난 후에야 소울푸드가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가 늘 접하는 음식, 그것을 같이 나누어 먹으며 정을 나누는 '영혼 매개'의 음식을 의미함을 느끼게 됐다. 코로나19로 소원했던 이웃이 다시 모여서 격의 없이 어울리고 함께 즐기자는 축제였던 것이다.
소울푸드페스티벌은 상주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렸다. 6만5천㎡ 규모의 감영공원에는 태평루와 청유당·제금당 등 18개 동의 전통한옥시설이 있어서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했다. 태평루에서는 상주예다원 회원들이 전통차를 끓이고 넓은 광장에는 읍·면·동의 주민 단체가 24개의 전시 부스와 포장마차형 식당을 운영했다.
읍·면·동의 부스와 체험부스, 공연장 등을 축제에 참가한 시민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겹치도록 배치, 충분한 공간에서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를 원활하게 했다는 평도 받았다.
24개 읍·면·동이 노래와 장기를 겨루는 '시민어울마당' 등 주민 참여 위주의 프로그램도 상주시민이 축제의 주인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읍·면·동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사람들은 갖가지 재주로,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흥을 선사했다. 이 때문에 축제장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필자는 무엇보다 소울푸드축제 주최 측이 외부 관광객 유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데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어쩌다 보니 외지 관광객 수와 농산물 판매고 등의 숫자로 지역 축제의 성패를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을 보내 도시의 부녀회 등에 버스를 제공하고 선물을 주며 축제장 방문을 구걸하거나, 이웃 지자체에 관광객을 좀 보내 달라고 읍소하는 병폐가 도처에 생겨났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좋은 일을 축하하여 벌이는, 지역 주민이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큰 행사여야 한다. 상주 소울푸드페스티벌은 코로나19로 인한 규제에서 벗어나 다시 자유롭게 만나게 됨을 축하하는 축제다운 축제가 아닐까 싶다.이하수기자<중부지역본부>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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