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증에도 8년 적자…당근마켓 '풍요 속 빈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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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0 07:40  |  수정 2023-03-20 07:42  |  발행일 2023-03-20 제12면

2021년 8월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당근마켓의 기업 가치는 약 3조원이다. 2015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했다. 당근마켓은 2019년 9월 시리즈C 투자 단계까지만 해도 3천억원의 기업 가치로 평가됐다. 2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2천270억원에 이른다. 국내 대표 핀테크기업인 당근마켓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출시 1주년을 맞은 '당근페이'가 당근마켓의 흑자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까.

◆당근페이 1년, 누적송금액 60배 상승

지난달 당근마켓은 지역기반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 '당근페이'의 1년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페이는 올 2월 기준으로 1년 새 누적 송금액과 송금 건수가 각각 60배, 65배 상승했다. 최근 6개월 새 3배 규모 증가했다. 당근페이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수가 약 320만명까지 늘어났다.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용자 연령별로는 20대(22.5%), 30대(33.6%), 40대(24.2%), 50대 이상(15.3%) 등으로 나타났다. MZ 세대부터 4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이용자 측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페이시장'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이용자 수도 늘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는 약 500만명이다. 지역 금융 서비스로 차별화와 이용 편의성이 주효한 것이다. 당근페이는 중고거래 시 현금을 준비하거나, 상대방의 계좌번호, 예금주 등 개인 정보를 물어볼 필요가 없다. 당근 채팅에서 실시간 송금 및 확인이 가능하다. 계좌송금 기능을 통해 학원비나 관리비 납부 등 금융거래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3조원 가치 유니콘기업의 그늘
전체 매출 99% 광고수익 의존 구조
돈이 되는 거래 수수료 태생적 한계
투자금으로 인력·서비스 기능 보완

당근페이 '흑자 전환' 열쇠 될까
출시 1년 누적 송금액 60배로 급증
페이 이용자도 꾸준히 늘어 500만명
당근머니로 동네가게 결제·광고 등
생활밀착 간편 결제범위 확대 추진


당근마켓은 지난 1년간 이용자 의견을 수렴해 사용 편의를 높여주는 서비스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고 거래를 넘어 이용자의 동네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다양한 영역에서 간편결제 기능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 간 유기적 연결을 지원해 중고거래 및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전반에 걸쳐 당근머니 결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중고거래로 모은 당근머니를 동네 가게에서 지역 광고비로 사용하거나,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등 활용성에 더 신경 쓸 방침이다. 금융권과 제휴를 맺고 고물가에 고통받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혜택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최대 지역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마켓'의 성장은 핀테크 기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띈다.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넓힌 2018년에 월간 이용자 수는 50만명에 불과했다. 3년 뒤인 2021년에는 1천420만명을 넘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3배가량씩 성장한 셈이다. 같은 해 가입자 수는 국내 전체 가구 수(2천92만명)를 넘어 2천100만명을 돌파했다.

당근페이 도입은 당근마켓에 새로운 수익원이다. 당근페이는 개인 간 송금 외에 일반 점포에서의 '결제' 기능도 갖고 있어 가맹점 결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한다. 당근마켓 앱의 '내 근처' 메뉴에 뜨는 가게 중 당근페이 가맹 점포들에서 당근페이로 물건값을 치를 수 있다. 수수료도 발생한다.

◆당근마켓 감사보고서 보니

당근마켓이 가장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2021년 12월 기준)를 보면 매출은 2020년 118억원에서 2021년 257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광고수익 비중은 99%(2020년 117억원, 2021년 255억원)다. 당근마켓의 매출이 '광고수익'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연간 지출에 비해 광고수익은 현저히 낮다.

수수료 수익은 2020년 89만원에서 2021년 1천70만원으로 12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서울 일부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는 '로컬커머스'에서 얻은 판매 수수료다. 당근마켓 앱 하단 '내근처' 탭 '동네장보기'에 입점한 기능이다. 몇몇 상점들을 대상으로 상품 구매까지 연결하는 커머스 기능을 제공한다. 로컬커머스 입점 상점들은 당근마켓과 계약을 하고 판매 수수료를 당근마켓에 지불한다. 소비자가 당근페이로 결제하면 당근마켓으로부터 결제 발생 건에 대한 수수료를 당근페이가 나눠 받는 구조다. 당근 장바구니, 당근 슬리퍼 등 굿즈의 상품판매수익으로 1억5천만원가량 매출이 발생했다.

영업손실규모 역시 같은 기간 134억원에서 352억원으로 2.6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비용이 2020년 251억원, 2021년 609억원 발생한 탓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2021년 광고선전비 227억원(영업비용의 비중 37%)과 지급수수료 140억원(23%), 급여 130억원(21%) 등으로 지출됐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 130억원에서 2021년 364억원으로 2.8배 늘었다. 영업외비용이 19배나 증가한 탓이다. 2020년 1억1천950만원에서 이듬해 23억원으로 영업외비용이 급증했다.

특수관계자들의 손실은 당근서비스 3억5천700만원, 당근페이 17억원, 남의집 8천600만원이었다. 당근마켓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당근서비스는 센터 인력 및 오피스 운영으로 손실을 크게 봤다. 당근페이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인력 확대와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 탓에 손실을 봤다. 취향 커뮤니티 서비스인 '남의집'은 당근마켓이 10억원 투자를 하면서 20%의 지분율을 얻었다.

당근마켓의 흑자 전환은 광고에만 의지하는 매출 증대 방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해 보인다. 애초 중고품 거래라는 창업 아이템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투자를 받아 인력을 충당하고 서비스 기능을 보완해도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은 없기 때문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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