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수성사격장 '민민갈등' 번져…개발위 "주민 무시하는 처사"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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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3 16:54  |  수정 2023-04-03 16:54  |  발행일 2023-04-0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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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장기면개발자문위원회 위원들이 3일 오전 포항시청에서 수성사격장 사격 훈련 재개 민군 양해각서 체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독자 제공>

국방부의 사격 재개 발표로 '민군(民軍) 갈등'이 일단락을 되는 듯 하던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문제(영남일보 2023년 3월 31일 9면 보도)가 '민민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포항 장기면개발자문위원회(이하 개발위)는 3일 오전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지난달 30일 장기면 전체 주민과 소통 없이 대표성을 잃어버린 포항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수성사격장 사격 훈련 재개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발표했다"며 "이번 국방부 발표는 주민과 포항시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국방부는 주민들과 협의 없이는 수성사격장에서 사격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발위는 "국가안보 상황을 본다면 사격훈련을 재개해야 하는 군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주민 전체의 뜻이 담기지 않은 민군 양해각서는 원천 무효다"며 "주민 전체 대표가 참여하는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범시민 반대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30일 '포항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원회'와 수성사격장에서 3주간 해병대 제1사단 편제 화기 사격 수용 등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군과 지역주민 대표 간 '첫 공식 합의문서'로, 향후 수성사격장 갈등 해결을 위해 상호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출발점이자 대화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출구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날 장기면 주민 중심으로 구성된 또 다른 민간단체인 장기면 개발위는 민군 양해각서 체결 소식에 "합의한 적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처럼 장기면 주민으로 구성된 단체인 장기면개발자문위원회와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원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민민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중재안을 놓고도 주민들은 뜻을 달리했다.

당시 권익위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이전이나 완전 폐쇄를 요구해온 포항시 장기면, 경주시 오류3리 주민이 권익위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권익위가 내놓은 중재안에는 민관군 협의체 구성, 소음감소 및 이주 대책 마련, 사격장 정상화 등이 포함됐다.

권익위는 소음측정 결과, 수성리 마을주민 약 50가구 100여 명이 집단 이주에 동의했고, 2022년 1월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포항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원회 구성원뿐만 아니라 장기면 주민들이 중재안 수용과 거부 측으로 갈리며 갈등을 빚었다.

당시 대책위 측은 "이주와 관련한 얘기는 아예 꺼낸 적도 없는데 마치 합의한 것처럼 해서 당황스럽다"며 "합의되지 않은 중재안을 인정할 수 없고 수용할 생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군은 1965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1천246만4천여㎡ 땅에 수성사격장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해병부대와 해군부대, 2작전 사령부 예하 부대, 방위산업체, 주한미군 등이 곡사화기·직사화기·전차·헬기 등을 동원해 각종 화기 사격훈련을 해왔다. 사격 훈련장 인근에는 50여 가구 130여 명이 사는 수성리 마을이 있으며, 마을과는 불과 1㎞ 거리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 훈련으로 소음 진동에 따른 피해가 커졌다며 2020년부터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사격장 폐쇄·이전을 촉구해오고 있다. 이에 군은 같은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수성사격장에서 훈련을 중단하고 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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