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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상하수도요금표 전자고지서에 표기된 업종 코드. 한글이 병기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지난달 초 대구 수성구에 살고 있는 A씨는 수도요금 전자고지서를 이메일로 받아 열어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종이 고지서와 달리 업종 구분에 숫자 코드만 표기돼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구시 상수도 사업본부에 문의한 결과, 가정용(01)의 2배가량 비싼 요금을 납부하는 일반용(02)으로 적용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약 8년간 초과 요금을 내고 있었던 것.
관할 수도사업소가 업종 적용이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고 그동안 초과 징수한 수도료를 돌려줬으나, A씨는 영 마뜩지 않았다. 8년 동안의 일반용으로 적용돼 초과 요금을 납부해 왔는데, 상수도 사업본부 측은 소멸 시효(5년) 규정에 따라 5년 치(약 45만원)만 환불해 줬기 때문이다. A씨는 "행정기관에서 업무 착오로 빚어진 일인데, 자체 규정을 들어 초과 징수분을 다 되돌려주지 않겠다니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결국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메일로 받은 수도료 전자 고지서 속 업종 코드가 숫자로만 표기돼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초과 요금을 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번 달 이메일 고지서부터는 한글도 병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자 고지서를 열어보는 시민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자신이 부당하게 초과 요금을 내는 일이 없는지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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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상수도 업종별 사용요금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
대구시 상하수도요금은 수도관의 구경과 업종별 요금으로 나뉜다. 업종별 상수도 사용요금은 ㎥당 가정용(01) 630원, 일반용(02) 1천180원, 욕탕용(03) 1천70원으로 나뉜다. 가정용은 일반용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시의 상하수도요금 종이 고지서 뒷면에는 이 업종별 요금표가 자세히 표기돼 있으나, 전자고지서에는 없다. A씨는 전자고지서 하단에 '상세 내역 조회'가 있지만, 정작 클릭하면 대구시 상수도 사업본부 사이버 민원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으로 연결돼 상세 내역을 알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요금고지서를 접하는 수요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가 문제"라며 "이로 인해 민원인의 생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이를 바로 잡기 위한 행정력까지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구시 상수도 사업본부 관계자는 "업종코드가 잘못 적용되는 건 극히 드문 경우"라며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검침원들도 체크하고 있다. 초과 납부한 요금은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고, 이달 13일 전달하는 모든 전자고지서에는 업종코드와 함께 한글도 병기돼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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