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북장사, '영산회 괘불' 22년만에 게시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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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3  |  수정 2023-05-23 08:44  |  발행일 2023-05-23 제2면
북장사 괘불, 1998년 보물 제1278호 지정

높이 13m, 폭 8m '소원 들어주는 부처'

효담 주지스님 "부처님의 자비 번지기를"
상주 북장사, 영산회 괘불 22년만에 게시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해 냇물마저 말랐던 2001년 6월 북천 시민공원에서 농업경영인 상주시 연합회 회원들과 효담스님을 비롯한 상주시 사암연합회 스님들, 기관단체장을 비롯한 상주시민들이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북장사 괘불을 걸어 놓고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상주시 제공>

"국가나 지역 사회가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내걸고 기도를 해왔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고생한 우리 국민들에게 부처님이 위로가 되고 평화를 가져다 주시기를 바랍니다."
보물 제1278호인 경북 상주시 북장사 영산회 괘불이 부처님오신날 경내에 내걸린다.

 

북장사 주지 효담 스님(대종사)은 "마스크는 벗었지만 경제적으로 더 나아진 게 없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며 "어려운 시기를 지내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자비가 번져서 삶의 여유를 찾게 하자는 뜻으로 괘불을 걸기로 했다"고 말했다.북장사 영산회괘불은 높이 13m, 폭 8m로 실내에는 걸기 어려운 크기다. 북장사 경내에는 괘불을 걸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걸이대가 있다. 괘불은 부처님오신날인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 걸이대에 게시된다.


북장사 괘불은 1688년 학능(學能) 등 7명의 승려가 그린 것으로 1998년 보물로 지정됐다. 삼베 바탕에 그려진 이 그림은 '영산괘불일회(靈山掛佛一會)'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며 가운데 석가모니불이 서 있고, 그 주위를 팔대보살(八大菩薩)과 십대제자(十大弟子), 범천과 제석천, 사천왕, 4구의 금강(金剛)이 둘러싼 군도(群圖)식 배치 구도이다.

 

상주 북장사, 영산회 괘불 22년만에 게시
높이 13m, 폭 8m의 북장사 영산회괘불. 실내에는 걸기 어려운 크기이며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야외에 내걸고 기도를 했다. 상주시 제공

그림의 내용은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가르침을 베푸는 장면인데, 화면 가운데 석가모니불이 크게 부각돼 그려졌고, 좌우로 설법에 참여한 보살들과 천부들, 사천왕, 제자 등 인물 28명이 등장한다. 중심의 석가불 입상은 크게 그리고, 보살과 제자들은 작게 묘사해 석가불을 강조했다.

 

그림에 대한 설화도 전해진다. '옛날에 당나라 승려가 찾아와 괘불을 그리겠다고 하면서 사흘간 그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였다. 한 승려가 슬쩍 방안을 들여다보았더니 파랑새가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를 들키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미처 어깨를 완성하지 못한 그림만이 남아 있었다'는 내용이다.


가뭄이 심할 때 북장사 괘불이 내려오시면 비가 온다고 전해져 내려오는데, 가뭄이 심했던 1950년대와 1960년 7월(음력), 2001년 6월에 상주 북천 모래사장에 북장사 괘불을 내다 걸고 기우제를 지냈다. 제사를 지낸 뒤 실제로 비가 내렸다 하여 이 괘불을 '소원을 들어주는 부처'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주 북장사, 영산회 괘불 22년만에 게시
북장사 전경 <상주시 제공>
상주시 내서면 북장리 천주산에 자리한 북장사(北長寺)는 신라 시대(833년)에 건립된 조계종 산하의 전통사찰이다. 노악산에 있는 남장사(南長寺), 갑장산의 갑장사(甲長寺)·승장사(勝長寺·지금은 터만 남아 있음)와 더불어 상주시의 4장(長)사로 꼽힌다.

상주 북장사, 영산회 괘불 22년만에 게시
1950년 가뭄이 심해지자 상주시민들이 북천에서 북장사 괘불을 내걸고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제사를 지낸 뒤에 실제로 비가 내렸다 하여 이 괘불을 '소원을 들어주는 부처'라 부르기도 한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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