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임금·악성민원에 지친 일상…공무원, 이제는 '밥통만 철'일뿐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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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2 20:27  |  수정 2023-05-23 07:18  |  발행일 2023-05-23
시리즈 <上> MZ공무원 공직사회 탈출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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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와 경북본부가 2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임금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제공

최근 대구를 비롯한 경북 봉화·충북 청주 등에서 20~30대 젊은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직사회에 입문한 이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꿈꿨으나 얼마 가지 못했다. 일선 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최저임금과 맞먹는 낮은 임금과 악성 민원인의 폭언·욕설은 일상이 돼 하루하루 파김치가 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공무원 '철밥통'은 이제 옛말
대구 모 지자체 30대 공무원 A씨는 "9급 초임 시절 첫 월급을 받고 나선 한숨부터 나왔다. 각종 세액을 공제하고 남는 것은 150만원도 손에 쥐지 못했다. 최저임금만도 못한 급여를 받고 생활을 해야하는 데다, 잦은 야근에 따른 과로와 악성 민원인까지 상대할 때면 이러려고 공무원이 됐나 할 정도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시기에 한때 공무원은 무얼 해도 정년 보장된다는 '철밥통'이라는 메리트로 큰 각광을 받았다.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2011년 93.3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 열풍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국가공무원 9급 공개 경쟁채용 시험 경쟁률은 2019년 39.2대 1을 기록한 뒤, 2020년 37.2대 1, 2021년 35대 1, 지난해 29.2대 1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사혁신처는 공개시험 경쟁률이 하락하는 이유로 고교선택과목 폐지, 학령인구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을 들고 있다. 공채시험 경쟁률 하락에 대해 정부는 하위·실무직에 대한 처우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임금에 MZ세대 퇴사자 증가세
하지만, 일각에선 공무원 자체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건 역시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을 들 수 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는 5% 이상 인상됐는데,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공무원 시험 수험생을 위한 공직 안내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9급 초임(1호봉) 공무원의 월 보수는 236만원(연봉 2천831만원) 수준이다. 이는 초과근무·가족·특수업무 등 각종 수당을 합친 액수여서, 이들 수당을 제외하면 월 177만원이 전부다. 7급 초임은 월평균 259만원, 월 봉급액은 196만원이다. 각종 세금과 기여금 등을 제하면 이보다 적은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노조는 대출금리 인상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임금은 삭감됐다고 주장한다. 공무원노조는 22일 전국 동시다발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임금 37만7천원 인상'을 촉구했다.


이날 전공노 대구경북지역본부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 힘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공무원 임금은 1.7% 인상돼, 8·9급 공무원의 경우 기본급이 겨우 3만~4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며 "매월 14만원인 공무원 정액 급식비를 22만원으로 올리고, 6급 이하 직급 보조비 3만5천원 인상, 연가보상비의 근로기준법 적용 등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임금 등으로 인해 공무원 퇴직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른바 MZ세대 공무원의 이탈이 심각하다. 국민의 힘 정우택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천694명이던 국가공무원 의원 면직자는 2021년 4천312명으로 무려 2천618명(154.5%)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직 공무원 의원 면직자도 3천610명에서 1천592명(44.1%) 늘어난 5천202명에 달했다.
입직 3년 이하 젊은 퇴직자 수도 2018년 5천166명에서 2021년 9천881명으로 4천715명(91.3%) 증가했다.


대구 모 지자체 사무관급 공무원은 "물가 상승률이나 대출 금리 등을 고려했을 때 공무원 임금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며 "MZ세대 공무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임금 현실화 등에 대한 요구가 가장 크다. 수직적 조직 문화가 어느 정도 개선된 것처럼 공무원 임금 인상에 대한 시각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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