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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 갑질. 게티이미지뱅크 |
수년간 폭언과 갑질을 일삼으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괴롭히던 아파트 입주민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에 있는 입주민이나 거래처 직원 등에도 관련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비원 괴롭힌 입주민에게 징역형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범죄 등),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입주민 이모(28)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씨는 2019년부터 아파트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온갖 갑질로 경비원들을 괴롭힌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하루에 수차례씩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내가 관리비 내는 입주민이다"며 "개처럼 짖어봐" "똥오줌 싸러 왔냐" 등의 폭언과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비원들에게 잦은 흡연구역 순찰과 택배 배달을 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 못한 경비원들은 2020년 12월 경찰에 이씨의 '갑질'을 신고했고, 이후 경찰서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그러자 이씨는 이들을 찾아가 얼굴에 침을 뱉고 "내일 나오면 죽여버린다"며 재차 폭언했다. 이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를 해고하라며 입주자 대표회의에 내용증명을 보내는가 하면, 피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기사화한 언론사와 피해자들을 도운 입주민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피해자들을 변호한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씨는 재판부의 형 선고 이후에도 입주자 대표회장을 찾아가 피해자를 해고하라고 요구하는 등 '갑질'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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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제공> |
직장인 9.3%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사무금융 우분투재단과 함께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이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3~10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인 경우가 6.3%,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이 3.0%로 나타났다.
고객, 거래처 직원, 원청업체 관리자 등은 직장 내 상사, 동료 등에 해당하지 않아 직장인 10명 중 1명꼴(9.3%)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지만 아파트 입주민, 원청업체 직원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직장갑질119는 입주민 등 고객에게 당하는 갑질의 경우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통해 '아파트 갑질'을 강력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장갑질119 신하나 변호사는 "공동주택 입주민에 의한 괴롭힘은 경비원들에게 상당한 고통"이라며 "국회가 입주민 등 '갑질'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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