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공무원 노동조합은 지난 1일 '시청사 이전 신축 관련 노동조합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공무원 노조는 "사무실 협소로 인력 밀집도가 높아 폐쇄공포증을 호소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이고, 2별관은 비가 오면 천정에 물이 샌다"며 "청사가 비좁고 낡아서 근무하기 힘드니 모아놓은 돈으로 새로 지어 달라"고 말했다.
시청사를 새로 지어야한다면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없다. 시청사 존재의 제1이유는 행정업무공간 제공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에게 근무할 사무실도 마련해 주지 않고 지역 발전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뒷자리 직원과 부딪힐까 봐 의자를 뒤로 밀지 못하고 다리를 옆으로 빼서 일어나야 할 지경'이며, 시 조직 중 2개 과가 민간 건물을 임대해 외부로 나가있다니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
상주시는 지난달 현 청사로부터 100m 떨어진 옛 잠사곤충사업소에 통합신청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후 여러 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축 결정에 시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 △불과 100m 옮기려면 무엇 하러 이전하나 △청사신축기금을 지역경제 살리는데 써야 한다 등 다양한 반대 이유가 표출됐다.
공무원 노조의 입장문은 시청사를 넓게 새로 지어야 할 이유를 가장 강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호소가 '옛 잠사곤충사업소 부지'의 정당성을 담보하진 않는다. 옛 잠사곤충사업소로의 부지 결정은 그 과정이 비상식적이어서 시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는 시민의 뜻을 물어본다며 읍·면·동 사무소에 설문지를 놓고 선착순으로 조사에 응하라고 했다. 이는 선거로 말하자면 공개투표이며 불평등 선거다. 그런 조건에서 누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할 수 있겠는가.
신청사를 시 외곽이 아닌 도심에 두려는 목적은 도심 공동화를 막고 '집중·압축'으로 도시 발전을 꾀하기 위함으로 이해된다. 이는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면 지역으로부터 시내지역으로의 인구 유입 잠재력이 거의 소진된 상주시의 상황에서 현명한 발전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청사의 위치 선정이 집중과 압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굳이 3만㎡의 넓은 부지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주차장으로 쓰는 현 청사의 전정에 높은 빌딩을 지어 사무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축 공사가 끝나면 현 청사를 헐고 그 자리를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포항시의 경우 지하 2층, 지상 16층의 청사를 지어 공무원 1천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청에 570여 명이 근무하는 상주시도 넓은 부지를 고집하지 말고 현 청사 부지의 이용밀도를 높여 사무실 공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집중·압축 발전과 부합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하수 기자<경북부>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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