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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대구 소비자물가 동향. 동북지방통계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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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경북 소비자물가 동향. 동북지방통계청 제공 |
최근 대구 북구 동천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김미숙씨(46)는 신선식품 코너에 붙여진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1.5㎏의 양파 한 망에 5천85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3천원대 후반이던 양파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집었다 놨다가를 몇 번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라면값은 오른다고 해도 겨우 몇백원 차이인데다, 쿠팡 등에서 워낙 세일을 자주 하니까 체감이 덜하다. 그런데 식료품은 가격차도 많이 나고 한 달 구매량도 만만치 않아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동북지방통계청이 4일 발표한 '6월 대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한 해 평균 5.2%에 달했다. 올해 1월에는 5.3%였다가 2월 4.8%, 3월 4.3%, 4월 3.8%, 5월 3.2%로 내림세를 보였다. 경북의 경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평균 5.8%로 매우 높았지만 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물가상승률과 전혀 다르다. 물가상승률의 둔화는 실제 물가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물가의 상승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대구경북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3으로, 전년 동월(108.33)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양파(33.8%)와 사과(20.3%)의 물가가 크게 치솟았고 택시요금(15.2%)과 공동주택관리비(10.1%)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북의 경우 고등어(16.1%)와 오징어(27.9%) 등 수산물이 크게 올랐고 구내식당식사비(12.1%)도 두자릿수나 상승했다.
지난달 정부의 권고에 따라 고물가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품목 중 하나였던 라면의 일부 상품 가격이 5%가량 인하됐는데도 소비자들이 체감되지 않는 대목이다. 가격이 내린 상품들의 할인 폭이 적지만, 실생활에 밀접한 농수산물의 가격과 공공요금이 크게 오른 탓에 장바구니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비관적이다.
대구와 경북 공통적으로 국산쇠고기(대구 2.7%, 경북 7.3%)와 돼지고기(대구 5%, 경북 7.9%)의 물가가 떨어졌고 경유(대구 33.8%, 경북 33.1%)와 휘발유(대구 24.3%, 경북 23.8%)가 크게 내렸다. 전기료는 대구와 경북 28.8% 올랐고 도시가스는 대구와 경북이 각각 28.8%, 27.9% 상승했다. 국제항공료(11.3%), 승용차임차료(17.8%)는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에서 크게 하락했다.
올 여름 7년 만에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더해 이상 기후로 식량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둔화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장영항 동북지방통계청 경제조사과 주무관은 "지난해 양파 가격이 굉장히 높았는데 그건 이상기후 탓이었다. 올해는 이미 양파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전쟁의 여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 소비자들이 물가의 상승 둔화를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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