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시럽급여? "현실선 '자발적 퇴사'로 바꾸라는 협박에 수급 어려워"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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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8  |  수정 2023-07-17 15:48  |  발행일 2023-07-18 제8면
직장갑질119 "대다수 직장인, 비자발적 해고에도 실업급여 받기 어려워"
달달한 시럽급여? 현실선 자발적 퇴사로 바꾸라는 협박에 수급 어려워
대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더니 돌아온 건 해고였다. 노동청에 신고하니 회사에서 벌금을 내고 실업급여를 취소하겠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현재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와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개선을 발표한 가운데, 노동 관련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보다 회사의 '갑질'로 인해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먼저'라고 촉구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 이상, 비자발적으로 실직 후 구직활동을 해야 지급받을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보험 상실 신고 코드를 회사만 입력할 수 있어 회사가 권고사직과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비자발적 퇴사'하는 것을 '자발적 퇴사'로 만드는 허위 신고가 판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지원금을 받는 회사는 고용보험 상실 코드를 '권고사직'으로 입력하면 지원금이 끊겨 직원을 괴롭혀서라도 '자발적 퇴사'에 동의하도록 하는 수법이다. 또 가장 악랄한 수법은 회사가 부정수급으로 신고해 실업급여를 못 받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실에선 '비자발적 퇴사'를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하도급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적용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지난 3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작년 1월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13.7%였다. 이들의 실직 사유는 계약 기간 만료(29.2%),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25.5%), 비자발적 해고(23.4%) 등 비자발적 퇴사가 대부분이었다. 자발적 퇴사는 16.8%에 그쳤다.

단체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 노사 양측 균등 부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경우 고용센터 직권 실업급여 지급 여부 판단 △정부지원금 중단 사유에 '자진 퇴사 강요' 추가 등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의 공청회 이후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 관계자는 "여자분들, 계약 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 이 기회에 쉬겠다며 수급 도중 해외여행에 간다. 그리고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사며 실업급여를 즐기고 있다"고 해 논란이 됐다.

조영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성실하게 구직활동하며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실업급여는 노동자들이 일정 기간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비자발적으로 이직하게 된 경우 등의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만 지급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업급여 갑질의 단속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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