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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공원의 암사자 한 마리가 폭염에 지친 듯 그늘 아래 배를 보이며 드러누워 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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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한적한 대구 동성로 거리와는 달리 반월당 지하상가에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이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
전국적으로 역대급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프리카'의 폭염도 더욱 기세가 강해지고 있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2시. 35℃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에도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을 찾은 시민은 적지 않았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려 저마다 양산을 쓰거나 모자를 쓴 채 연신 부채질을 하며 땀을 식혔다. 일부는 민소매 차림으로 울창한 버드나무와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더위를 피했다.
동물원 동물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사슴은 물속에 몸을 담가 열을 식혔고 코끼리는 떨어지는 물 아래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았다. 사자, 호랑이, 불곰은 그늘에 누워 축 늘어져 있다. 제아무리 맹수의 왕이라 한들 더위 앞에선 맥을 못 추는 신세다. 왜가리, 홍부리황새 등 다양한 새들이 함께 모여 사는 사육장에는 더운 날씨로 물이끼가 잔뜩 껴 사육사들이 청소에 나섰다. 사육사의 옷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나무 아래서 셔츠 제일 윗단추를 풀고 땀을 식히던 이건우(70대·대구 중구)씨는 "운동 삼아 달성공원을 돌다 너무 더워서 잠시 앉았다"며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동성로 중앙파출소 앞. 바닥분수의 시원한 물줄기를 구경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일군의 무리가 보였다. 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은 시원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막아보기도 하고 친구에게 물을 뿌려 본다. 고개를 돌려보니 햇볕 내리쬐는 도로 한가운데를 피해 건물 아래 그늘로 일부 시민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적한 동성로 거리와는 달리 인근 백화점이나 지하상가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인파로 붐볐다. 반월당 지하상가 문을 열고 들어온 시민들은 하나같이 "살 것 같다"를 연발하면서도 아직 가시지 않은 열을 식히려 부채를 휘저었다. 지하상가에서 만난 최모(59·대구 수성구)씨는 "폭염 경보라고 하길래 집에 있기보다는 시원한 반월당으로 피서 삼아 나왔다"며 "시원하게 있다가 저녁 약속에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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