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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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4  |  수정 2023-08-04 06:59  |  발행일 2023-08-04 제23면

[이재윤 칼럼]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
이재윤 논설위원

언젠가 드라마 명대사들이 와닿아 휴대전화 노트에 몇 자 끄적거렸다. 다시 읽은 '메모'가 뜻밖에 흥미로웠다. 대사의 교훈적 가치는 지금의 감계(鑑戒)로도 손색이 없었다. '60일 지정 생존자'. 국회의사당이 테러로 무너졌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들이 한날한시에 사라졌다. 남은 건 오직 한 사람, 환경부 장관 박무진. 내각 최말단에서 한순간 최고 권력을 승계했다. 주어진 시간은 60일. 60일의 신데렐라가 테러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이야기다. 조금은 불안한 시도이지만, 작금 정치 상황을 이 '메모'의 창(窓)으로 다시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여긴 결국 모두가 괴물이 돼야 끝이 나고야 마는 아수라의 세계다.』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 정치인이라는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지난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괴물로 묘사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멜로니가 집권한 이탈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무섭다'는 뉴욕타임스 칼럼을 의식한 듯하다. 푸틴은 자신이 만든 괴물(바그너그룹)에 물렸다.(호세프 보렐 EU 고위대표) 푸틴 역시 그의 부모 묘에 남겨진 '괴물을 키웠다'라는 쪽지로 '괴물' 반열에 올랐다. 트럼프는 기소되자 '극좌 괴물에 의한 공격'이라 반발했다. 자신도 재임 중 3만573번의 거짓말 또는 사실 오도 주장(워싱턴 포스트)을 했다니 만만찮다. 측근조차 "완전히 괴물 같았다"라고 증언한다. 미 국민 절반 가까이가 그를 여전히 지지하는 게 더 불가사의다.

먼 나라 얘기 아니다.『세상이 대통령의 선의를 어떻게 조롱하는지』늘 봐왔지만, 오래전 '문재인'을 괴물로 만든 국민의힘은 "공포의 주술을 외우고 있다"며 "괴물이 된 민주당"을 저격했다.(김기현 대표) 그 당도 다르지 않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찌감치 '정치검사들과 신기(神氣)가 어우러진 괴물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함세웅 신부는 "우리가 괴물을 뽑았으니 우리 책임 아닌가"라고 탄식했다. 정치뿐인가. 교사를 때리고, 수업 시간에 대놓고 자고, 교실에 들어오지도 않는 '괴물'이 자라고 있다. 『가르칠 건 가르쳐야지. 사춘기가 벼슬이야?』라는 질타가 들린다. KBS는 '수신료 괴물'(박성중 의원), MBC는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언론으로 칭해진다. "괴물이 되지 말자고 했던 내가 괴물이었고 괴물을 낳았다"(배우 김부선)는 절규는 실은 모두의 고백이다. 괴물들은『이 전쟁터에서 적응하면 밖에 나가서 못 산다. 심심해서…』모두가 괴물이 돼 아수라가 완성되면 괴물은 특별하게도, 이상하게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우린 아무것도 안 한 거다. 할 수 있는 자리에서…』그래도 다시 뭔가는 해야 한다.『오염된 페트병은 더는 재활용품이 아니다. 일반 쓰레기다. 폐기할 때 세금이 들어가는…』고칠 수 없으면 치워야 한다. 160여 개에 달한다는 의원 특권, 승자 독식 선거법, 광신도를 만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혁파는 '괴물 퇴치'의 효과적 수단이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준석이 채널 이름을 '여의도 재건축 조합'이라 명명한 의도가 넉넉히 짐작된다.

다 돼도 이게 안 되면 도루묵이다. 국민이 냉정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괴물을 양산하고 공범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각성이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출현한다.(고야·화가)

그래,『한번은 보고 싶어졌다.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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