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국보급이야" 골동품 속여 판 혐의로 재판行…법원, 무죄 선고 '왜?'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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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2  |  수정 2023-08-21 17:58  |  발행일 2023-08-22 제6면
이거 국보급이야 골동품 속여 판 혐의로 재판行…법원, 무죄 선고 왜?
대구 법원 전경. 영남일보DB

법원이 골동품을 국보급 문화재로 속여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골동품이 진품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진품인 것 처럼 속여 팔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증거로 제출된 참고인의 진술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대구지법 형사1단독 배관진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화랑 주인 A씨와 골동품상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고미술협회 전직 회장 C씨와 같은 협회 소속 도자기부문 감정위원 D씨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4년 11월 중순쯤 "서울에 시가 25억원을 넘는 고려시대 국보급 문화재인 필가(붓을 꽂아두는 물건)가 있는데, 소유자가 빚 때문에 급하게 처분하려 하니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피해자 E씨로부터 거래 대금으로 3억5천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또 E씨에게 고려시대 불화를 8억원 상당의 유명 화가의 그림과 수표 4억2천만원 등 도합 12억2천만원에 사면 20~30억원에 되팔아 주겠다고 속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조선 초기에 도자기로 제작된 해시계를 사라고 한 뒤 도자기와 유명 작가의 그림 등 7억원 상당의 고미술품과 수표 2억원을 받았다.

이들 골동품은 김포공항 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실 소속 감정위원들의 감정 결과 제작된 지 100년도 지나지 않는 것으로 국외 반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C씨와 D씨는 A씨와 B씨가 판매한 해시계가 조선 초기에 제작된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협회 명의의 감정결의서를 작성해 진품 감정 증서가 발급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필가, 해시계, 불화가 진품이 아니라는 인식하고도 진품인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돈을 받아 챙겼다는 점을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김포공항 문화재감정관실 감정위원들도 국외 반출이 가능한 문화재 인지 여부를 확인해준 것이지, 골동품의 지위 여부를 감정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이 밖에도 A씨 등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들의 진술에 반박할 기회가 없었으며, 참고인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점을 들며 핵심 증거를 직권으로 배제했다.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에서의 참고인 진술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 부장판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한다"고 무죄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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