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속 '수성혜정체', 칠곡 '할매글꼴'…지자체 폰트 K콘텐츠 되나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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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9  |  수정 2023-10-08 16:49  |  발행일 2023-10-09 제1면
더글로리 속 수성혜정체, 칠곡 할매글꼴…지자체 폰트 K콘텐츠 되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구 수성구 전용 글꼴인 '수성혜정체'로 만든 간판이 등장했다. 수성구청 제공

'K콘텐츠'가 전 세계적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어 능력 시험 응시자 수만 40만명에 달할 뿐 아니라,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은 세계 84개국에 244곳이나 있다. 이에 대구경북 기초지자체도 독자적인 서체를 개발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등 한글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 눈길을 끈다.


대구 서·수성·달서구가 자체 서체를 개발해 활용 중이다. 수성구가 개발한 '수성혜정체'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2021년 한글날에 '수성돋움' '수성바탕체' 등과 함께 공개된 수성혜정체는 대구를 대표하는 서예가 혜정 류영희 선생의 작품 중 판본체 한점을 기증받아 제작됐다. 수성구는 3개 서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3개 서체의 다운로드 횟수는 9만건에 육박한다.


서구는 지난해 2월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 선체를 폰트로 만들어 '서구청춘향기'와 '서구청춘노트' 서체를 제작, 무료 배포했다. 달서구도 '달서달링체' '달서힐링체'를 내놨다.

더글로리 속 수성혜정체, 칠곡 할매글꼴…지자체 폰트 K콘텐츠 되나
경북 칠곡군 할매시인들이 자신의 글씨체가 담긴 패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칠곡군청 제공
경북 각 시·군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글꼴을 적극 활용 중이다.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여든 안팎의 나이에 한글을 배운 박점순 할머니(85) 등 5명의 글씨체인 '칠곡 할매 글꼴'이 대표적 사례다. 이 글꼴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 1월 각계 원로·주요 인사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에도 쓰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안동시도 2019년부터 '월영교체' '엄마까투리체' 등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지자체가 자체 제작한 글꼴은 행정문서 작성, 표지판·현수막 등 홍보 물품 등에 활용된다. 특히, '폰트'는 저작권 분쟁에 민감함에 따라 자체 제작 글꼴은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는 효과도 있다.


수성구 관계자는 "외부 게시 문서에서 폰트 때문에 지적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주민들도 관련 분쟁을 겪은 경험이 있다"며 "저작권 분쟁 사례 때문에 글꼴 제작을 처음 검토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폰트의 콘텐츠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K콘텐츠를 통해 통해 입소문을 타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김덕호 경북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지자체가 개발한 글꼴은 지역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라며 "폰트가 경쟁력 있는 K콘텐츠로 거듭나려면 지속적으로 한글 보급을 늘려야 한다. 또 정부, 언어정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체계적 제작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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