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사마에게'(와드 알 카딥·에드워드 와츠 감독·2019·영국)…전쟁의 한복판, 딸에게 쓰는 편지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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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3 07:49  |  수정 2023-12-12 10:50  |  발행일 2023-10-13 제14면
사마에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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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환경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을 샀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유명한 소녀의 이야기다. 책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공동 운명체'라는 표현이 있었다. 기후 환경에 관한 말이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이것은 환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구촌 어디서는 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 느낄 뿐이다. 그러나 전쟁의 한복판을 살아간 가족 이야기 '사마에게'를 보고 나면, 남의 나라 전쟁이라고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된다.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리아인 시민 기자 와드 알 카팁이 내전 중 알레포에서 벌어진 5년간의 일을 촬영하여 기록한 작품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00시간이 넘는 촬영 분량 중 일부로 영화를 만들었다. 정부군의 폭격과 시민군의 저항 가운데서 와드는 의사인 함자와 결혼하여 딸을 낳는다. 맑고 어여쁜 아기의 모습과 대비되어 전쟁이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어느 감독이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딸의 이름인 '사마'는 하늘이란 뜻이다. 폭격이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을 염원하며 지은 이름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딸에게 바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 눈뜨게 해서 미안해"라는 말을 덧붙인다. 사마의 가족은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다. 물론 난민이다. 영상의 일부가 BBC에 공개되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이것이 영화 제작으로 연결되었다. 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비롯한 60여 개의 상이 영화가 받은 찬사를 말해 준다. "딸과 카메라를 들쳐멘, 여성이 기록한 폭력의 역사"라는 평을 들었다.

작고 여린 몸이지만, 감독은 당찬 표정으로 말한다. "죽음이 늘 가까이 있었기에 매 순간 마지막인 것처럼 살았다"고. 그래서 영화에는 많은 기쁨이 담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대로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 속이지만, 일상의 작은 것들로 기뻐하고 웃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격 탓에 수시로 지하에 대피해야 한다.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작은 미소 하나에 함께 웃는다. 동료들과 농담도 주고받는다.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죽은 줄 알았던 신생아가 쉼 없이 두드리고 만지는 의사의 손길에 반짝 눈을 뜨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죽음이 눈앞에 있기에 생명이 더욱 놀라워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이 영화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쓴 위대한 육아일기'다. 시리아 내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두 눈과 마음을 열고 아직도 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감독은 말한다. 깨어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충격요법이 필요한 법.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영화다. 영화의 힘을 의심하는 이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공동 운명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기억하며.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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