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고 텅 빈 상가…'한미친화거리' 유령거리로 전락하나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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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1  |  수정 2023-11-21 07:50  |  발행일 2023-11-21 제8면
남구, 조성 후 7년째 방치…전시공간 등 당초 계획사업 무산

상인들 "접근성 나쁜데다 미군 유동인구까지 줄어 더 힘들어"

인적 없고 텅 빈 상가…한미친화거리 유령거리로 전락하나
20일 오후 한미 우호 증진과 교류의 장을 위해 2017년 조성된 대구 남구 봉덕3동 한미친화거리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적하다. 박지현기자

20일 대구 남구 봉덕3동 미군 부대 캠프워커 일대 삼정길. 한국어보다 영어 간판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한미친화거리'다. 2017년 사업비 11억2천만원이 투입돼 조성됐다. 미군 부대 주변 낙후환경을 개선하고 양국 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해서다.

삼정길은 1959년 미 육군이 캠프워커에 주둔하면서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됐다. 거리는 폭 12m에 길이 470m 정도다. 주로 미군들이 이용할 만한 바버샵, 부동산, 식당 등이 늘어서 있어 영어·외국인모델 간판 등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영어 간판이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었다. 당초에 계획한 전시공간 등은 현재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남구는 이 거리에 △에메랄드 그린으로 조성된 녹지공간 △남구와 미군의 역사 현장 사진을 전시하는 야외 전시공간 △이색 가로등·조형물 등을 계획했다.

현재 거리에는 색 바랜 자유의 여신상 그림이 그려진 '전봇대' 말고는 '한미친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찾기 힘들다. 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만 세웠을 뿐 그대로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구의 이색거리 중 하나로 '관광 효과'를 기대했지만, 현재 관광객은 거의 찾지 않는다. 거리의 상인들은 대중교통 접근성 부재, 주차장 부족 등으로 관광객이 찾을 만한 장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여기는 미군 부대 특성상 외진 곳에 있어 내국인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구에 주둔하는 미군도 많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상권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리가 조성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쇠락의 이유로 꼽힌다. 현재 거리는 '남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의 관광지 목록에도 빠져있다. 시민 유모(여·23)씨는 "남구를 많이 방문했음에도 한미친화거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인 B씨는 "미군 부대 이전을 추진하는 와중에 거리가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처음부터 관광지 목적으로 조성된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며 "최근 군부대 사정으로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거리의 상점도 많이 문을 닫았다. 3차 순환도로가 개통되면 상권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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