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대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의 생애 ①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 |
  • 입력 2023-12-22 07:02  |  수정 2023-12-22 07:04  |  발행일 2023-12-22 제25면
얼굴뼈 양쪽 중 하나라도 남았다면 얼굴 복원…베일 속 그들의 삶 상상
임당5B2호 주곽 주인공…얼굴 복원 조건 갖춰
21~35세의 여성 판단…출산 흔적까지도 확인
금동제 귀걸이·옥목걸이 보유 권력층 삶 예상

2023122001000669800027441

사람의 '얼굴'을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머리 전면부의 구조를 일컫는 것으로 눈, 코, 입, 귀가 붙어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초까지는 얼굴이라는 용어는 몸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당시에는 '낯'이라는 말이 얼굴의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얼굴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형태'라는 같은 의미를 지닌 '얼'과 '골'의 합성어로 보기도 하고, '얼'은 정신, '꼴'은 형태로 이해하여 사람의 정신이 얼굴을 통해 드러난다고도 한다. 사람의 얼굴은 신체 중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가장 잘 띄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의 상태나 감정이 표정을 통해 드러나기에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속담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얼굴에 관한 기록이나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옛사람들이 죽었을 때 살은 전부 썩어 버렸고 머리뼈만 남아있다면 우리는 그 머리뼈의 주인공이 생전에 어떤 얼굴이었을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바로 '얼굴복원'이다. 얼굴복원은 머리뼈를 분석해 얼굴의 생김새를 부위별로 예측하고 추정된 얼굴 구성 요소를 머리뼈 위에 만들어 위치시킨 후 피부를 입힘으로써 완성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얼굴복원의 주된 목적은 과학수사 영역에서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 변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2023122001000669800027442
임당5B2호 발굴 상태.

머리뼈의 구조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인 얼굴 예측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소위 '과학적' 얼굴복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를 기본 개념으로 한 얼굴복원이 신원확인 수사에 도입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서구의 얼굴복원 역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짧은 시간이다. 얼굴복원은 우리나라에서 신원확인 수사의 수단으로 쓰이기 전 역사 속 유명 인물과 고인골에 대한 얼굴 연구에 먼저 활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에 시작해 20개월에 걸쳐 진행된 김대건 신부의 얼굴복원인데 김대건 신부의 머리뼈를 3차원 복원하여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구된 얼굴 예측 자료에 적용해서 완성한 우리나라 '과학적' 얼굴복원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였다. 이후 국내 연구진에 의해 한국인에 대한 얼굴 형태소 예측법과 평균 얼굴 물렁조직 두께 자료 수집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얼굴복원을 위해서는 아래턱뼈를 포함한 머리뼈의 보존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위턱뼈, 광대뼈, 코뼈, 아래턱뼈 등 얼굴뼈가 온전히 남아 있어야 얼굴복원이 가능하지만 얼굴뼈 부위 가운데 양쪽 중 어느 한쪽이라도 남아 있다면 소실된 부위는 보존된 쪽을 참고해 완전한 형태의 머리뼈 복원을 시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필자는 얼굴복원이 가능한 머리뼈 8개체를 확보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신원확인실, 미술작가 등과 법의학적 얼굴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총 여섯 명의 얼굴복원에 성공했다. 이에 얼굴복원된 무덤의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포함해 이 여섯 명의 삶의 모습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경북 경산 임당유적에서 가장 먼저 복원한 얼굴은 임당5B2호의 주곽에서 확인된 주피장자의 얼굴이다. 경산 임당유적 내에는 그들의 분묘 축조 및 장례 전통에 따라 여러 개의 분묘를 덧붙여 쌓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임당5·6·7호분이다. 이는 당시 경산지역의 최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수 세대에 걸쳐 같은 곳에 분묘를 축조하면서 그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에서 쌓은 기념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묘 중에 5B호라고 명명된 것은 앞서 축조된 5A호의 북동쪽에 붙은 분묘이다. 유물 부장양상을 통해 임당5A호는 남성의 무덤으로 보고 5B호는 여성의 무덤으로 보았다. 사실 5B호는 5B1호와 2호 즉 두 개의 분묘인데 5B1호는 이 지역의 전형적인 분묘 축조 방식에 따라 창(昌)자형의 주곽과 부곽 구조로 축조되었고 5B2호는 5B1호의 북쪽에 좁고 긴 모양의 주곽을 축조하고 그 아래에 부곽도 좁고 길게 이어 붙인 다소 특이한 형태이다.

이렇듯 임당5B2호는 5B1호의 바로 옆에 붙어 있고 분묘의 규모가 다른 고총에 비해 작은 편이며 유물의 부장량도 적기 때문에 5B2호의 주인공은 질병이나 사고 등 비정상적인 죽음으로 인해 축조된 무덤으로 이해되었다. 또 경산지역의 전형적인 고총의 형태도 아닌 것으로 보아 5B1호의 배장묘로 추정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임당5B2호 부곽에서도 순장자가 매장된 흔적이 확인되었기에 5B1호와 깊은 관계가 있겠지만 배장묘로 제한해서 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튼 임당5B2호 주곽에 묻힌 주인공은 임당유적에서 발견된 사람뼈 가운데 손가락뼈와 발가락뼈까지 모두 확인, 가장 완전하게 남아 있었다. 다만 위턱과 아래턱의 일부 치아는 사후에 소실되어 있고 코뼈를 포함한 머리뼈 몇 곳에 사후 골절과 손상이 관찰됐다. 하지만 얼굴복원을 진행하기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였다.

2023122001000669800027443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이 뼈에 대한 우은진 교수(세종대 역사학과)의 생물(체질)인류학적 소견은 21~35세의 여성(적)으로 판단했다. 며칠 전 김재현 교수(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는 이 골반뼈를 관찰한 결과 출산의 흔적도 보인다고 하니 여성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주피장자는 금동제 굵은고리귀걸이를 착용하였고 오른손에는 은제 반지를 끼고 있었으며 녹색과 청색의 작은 옥 74점을 연결한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고학적 정황도 얼굴복원 후 복식 연출에 가미했다. 하지만 귀걸이의 착용 방식을 추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귀 아래에 두는 정도로 복원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며 눈은 말없이 마음의 비밀을 고백한다'고 했던가.... 1천500년 전 사람의 눈과 얼굴을 말없이 쳐다보며 그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상상해 본다.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