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이를 함부로 키우나 .2] 생후 36개월 기간 불안정한 돌봄, 청소년기 '애착 장애' 노출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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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7 07:43  |  수정 2023-12-27 07:44  |  발행일 2023-12-27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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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 최민경(가명·대구시 달서구)씨는 세 살 때 부모가 별거에 들어가면서 엄마 곁을 떠나 할머니, 아빠와 함께 살았다. 2년간의 지루한 이혼소송 끝에 아빠는 어린 딸 민경이의 면접교섭권을 얻는 대신, 민경이를 엄마에게 인도하고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민경이가 중학생이 될 무렵, 귀국한 아빠는 엄마와 재결합해 남동생을 낳았다. 민경이는 학업에 집중이 되지 않고 무기력하기만 했다. 학교에선 그를 학업 부적응자로 분류한 것 같았다. 엄마는 학교에 수십 차례 불려 가 "졸업만 하게 해달라"고 간청해 겨우 고교 과정을 마쳤다.

현재 민경씨는 정신과 병동에서 우울증으로 입원 중이다. 고교 졸업 후엔 미용기술, 캘리그래피(Calligraphy), 도자기 등을 배우려 시도했으나 지속하지 못했다. 대신 집에서 엄마를 욕하고 때리고 소리를 지르고, 동생을 괴롭히고 방을 난장판 만드는 등 민경씨의 행동을 견디지 못한 부모는 원룸을 얻어서 그녀를 내보냈으나, 나중엔 정신병원으로 보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애착 장애로 인한 우울증 환자다. 생후 36개월 엄마의 품에서 자랐으나 부모의 계속된 다툼으로 인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고, 별거 후엔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다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는 등 애착 대상이 두세 차례 바뀌었다. 불안장애, 우울증을 비롯해 여러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주양육자 자주 바뀌는 불안감
잘못된 세살버릇 평생 갈 수도

만1세 후 90%가 어린이집 이용
조건 없는 '충분한 돌봄' 필요


부모가 생후 36개월의 중요성을 알지 못해 불충분한 양육을 하면서 아이의 잘못된 세 살 버릇을 여든까지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민경씨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생후 36개월 동안 심리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아동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조건 없이 충분한 돌봄을 주는 성인이 최소 1명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최소 생후 36개월 동안 주양육자의 돌봄이 있어야 안정적인 애착이 생성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와 아동 간 부적절한 애착이 형성돼 '애착 장애(Attachment disorder)'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애착 장애는 이후 친밀한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애착 장애가 있는 사람은 부부관계와 부자 관계를 비롯해 모든 사회적 관계를 적절하게 형성하는 데 곤란함을 겪는다.

하지만 생후 36개월 동안 주양육자와의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간과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애착 장애가 형성되는 시점과 발현되는 시점이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생후 36개월 이내 부모의 불충분한 돌봄으로 인해 아이가 내면의 상처를 입지만, 이러한 애착 장애는 만 15세 전후 청소년기가 돼야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유아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양육은 2010년대 이후 보편화되고 있다. 만 36개월 이하의 영아가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영유아 주요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영아 가운데 만 0세와 만 1세, 만 2세의 경우 어린이집 이용률이 2008년 각각 10.6%, 35.9%, 55.8%였다가 2018년에는 18.7%, 77.6%, 89.7%로 상승했고, 2022년에는 24.9%, 86.2%, 92.8%로 또 상승했다. 만 0세의 경우 4명에 한 명꼴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만1세 이후로는 거의 90% 이상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유미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장은 "생후 36개월 동안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도록 주양육자의 무조건적인 사랑, 충분한 돌봄이 필요하고, 그 시기에 애착 대상(주양육자)이 자주 바뀌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어 송 소장은 "직장 때문에 돈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생후 36개월도 안 된 핏덩이를 아무 데나 맡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중학교 다닐 때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 공동취재단 : 영남일보 사회부 이효설 기자,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이제상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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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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