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초기 엄마와 관계·경험이 일생의 심리 밑바탕"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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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7 07:43  |  수정 2023-12-27 07:40  |  발행일 2023-12-27 제9면
최근 10대 정신 질환 급증 이유도
만 3세까지 부모와 상호작용 영향

전문가들은 생후 36개월 동안 형성된 양육자와의 관계가 향후 인생의 바탕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시기를 원만하게 보내지 못한 아이는 청소년이 됐을 때 성격장애 등 다양한 정신병리 현상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정신분석학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생후 36개월을 '마(魔)의 36개월'이라 부른다. 생애 초기 형성된 주양육자(주로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경험이 개인의 일생 동안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 틀로 작동하고 평생 살아가는 심리적 밑바탕이 된다고 본다.

미국의 소아정신 분석가인 마가렛 말러(M. Mahler)는 유아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혼자 있을 때와 엄마와 상호작용할 때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유아와 엄마의 공생적 관계로 시작해 분리·개별화 과정을 밝혔다. 그 결과물이 '유아의 심리적 탄생'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유아의 생후 36개월간 심리 성장단계를 엄마와 자녀의 관계발전이라는 시각에서 크게 3단계, 즉 정상적 자폐기, 공생기, 분리-개별화기로 나누었다. 유아가 3단계를 순조롭게 완성하면 대상 항상성(Object consistency)을 획득해 양육자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이룬다. 대상 항상성이란 엄마가 잠깐 사라져도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며 얼마 후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므로 불안을 느끼지 않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스스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안정된 심리상태를 말한다.

자폐기(~3개월)의 신생아는 아직 자궁 내부에 있듯이 현실로부터 차단된 폐쇄된 심리체계를 형성하며, 이 시기를 잘못 보낸 아이들은 후천적인 자폐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갖게 된다.

공생기(~18개월)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주양육자와 아이가 완벽하게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절정기는 생후 4~6개월이다. 이 시기를 원만하게 보내지 못한 아이는 청소년이 되었을 때 외부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격장애'라는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분리-개별화기(19~36개월)는 유아가 엄마로부터 독립되어 나오기를 시도하는 시기다. 이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정신질환이 잠복돼 있다가 15세 전후로 어느 시기에 발현되며, 그 정신질환을 '경계선 증후군'이라 부른다. 청소년기에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게임·스마트폰·만화 등 쉬운 자극에 정신을 빼앗기는 아이로 자란다.

송유미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장은 "최근 10대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급증한 것은 어린 시절인 생후 36개월간 엄마와 아이 간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발생한 일이며,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면서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과 보호를 줄 수 있는 엄마의 시간, 아빠의 시간이 줄고 있고, 만 3세도 되지 않은 자녀들의 90% 이상이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현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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