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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사이에서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환경 탓에 아이를 낳기 힘들다는 주장이 등장하는 등 저출산 논쟁이 '세대론'으로도 번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올해 0.68명으로 처음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출산 당사자인 20·30세대의 출산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도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출산 논쟁'을 중심으로 출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을 두 편으로 나눠 살펴본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건 우리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그런데 왜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 혹은 이기심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저출산 인식과 관련해 인터뷰에 응한 사회초년생 최모(여·28)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출산율 저하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저출산 현상은 여러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젊은 세대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환경 탓에 아이를 낳기 힘들다는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저출산 논쟁이 '세대론'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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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24 출산 인식 보고서'. 듀오 제공 |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저출산의 주원인은 경제적 부담이 가장 높았지만 사회 구조적 요인도 눈에 띈다. 지난 17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5~39세 미혼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4 출산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29.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뒤로는 '사회·미래에 대한 막막함'(18.5%), '실효성 없는 국가 출산 정책'(16.5%),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16.4%)이었다. '결혼의 지연과 기피'는 7.5%, '개인의 가치관'은 5.3%에 불과했다.
현 저출산 정책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다. 저출산 정책이 출산 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55.1%로 주를 이뤘다. 보통은 39.6%였으며, 긍정적 평가는 5.3%에 그쳤다.
이처럼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현실적인 상황 또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을 젊은 세대의 이기주의 탓이라 생각하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어 20·30세대의 불만이 빗발친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솔직히 저출산이 20·30세대 탓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공감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 중이다. 원문 작성자는 "기성세대들이 20·30 세대에게 좋은 환경을 못 만들어준 탓이 훨씬 큰 거 아닌가"라면서 "젊은 세대가 눈 높다고 자꾸 뭐라 하는데, 비교 문화를 만들고, 학벌 서열 매기고, 기성세대가 뽑아 놓은 위정자들 정치놀음 탓이 크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녀를 싸우게 하고, 지역감정, 세대갈등 유발, 집값 폭등밖에 더 했나. 그냥 성실히 일하면서 내 집 마련이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출산과 관련해 '세대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신형진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배제하고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식의 생각이나,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줄어들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식의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생각과 젊은 세대 입장이 달라서 나온 논쟁일 것"이라며 "저출산 현상은 다양한 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화된 현상이기에 개인에게, 특정 세대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는 실효성 있는 출산 정책 수립을 위해 기성세대도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듀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으로는 주거 지원(30.4%), 보육 지원(26.6%), 경력단절예방 지원(16.2%) 등이 꼽혔다. 직장인 윤모(30) 씨는 "저성장·고금리 시대에 청년들은 혼자 살 집 하나 사기도 벅차다"면서 "아이를 낳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다른 세대도 좋은 정책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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