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살기 벅찬데"…갓생 열풍, 이대로 괜찮을까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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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4 09:00  |  수정 2024-02-03 10:30  |  발행일 2024-02-02
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 Z세대 4명 중 3명이 추구

사회적 기준 따라 맹목적인 실천도…자기혐오 등 부작용 사례

지나친 경쟁 하지 않아도 권리 누릴 수 있는 사회 구조망 필요
안 그래도 살기 벅찬데…갓생 열풍, 이대로 괜찮을까
젊은 세대의 생활 양식으로 '갓생'이 유행하는 가운데 맹목적인 실천으로 자기혐오에 빠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나는 '갓생'을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냥 과로하고 있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

유튜버 유네린은 자신의 퇴사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젊은 세대의 생활 양식으로 '갓생'이 유행하는 가운데 최근 부작용 사례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무조건 완벽한 삶을 살려 애쓰다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

'갓생'은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이 합쳐져 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다. 지난해 10월 알바천국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7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4%가 갓생을 추구한다고 응답했다. 4명 중 3명은 갓생을 지향하는 셈이다.

갓생의 판단 기준과 실천 방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하지만 외부의 기준에 따라 맹목적으로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갓생 열풍'의 허점을 꼬집는 시각이 나온다. 경북대 재학생 김민정(20) 씨는 "갓생 열풍 자체는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과로'가 갓생의 상징이 되는 것 같다"면서 "열심히 사는 기준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미디어에서 갓생으로 보여지는 삶은 좋은 학벌을 갖고 대기업에 다니며 치열하게 사는 삶인 듯하다. 안 그래도 살기 벅찬데 사회가 퀘스트를 억지로 만들어 준다는 느낌도 받는다"고 밝혔다.

갓생을 살려다 되려 무기력함에 빠지는 사례도 등장한다. 직장인 김현수(27) 씨는 "갓생을 산다는 직장인들을 보면 출근 전엔 운동, 퇴근 후엔 자기계발 공부, 쉬는 날엔 생산적인 취미로 계획적이고 이상적인 루틴으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나에겐 이런 방식이 독이 됐다"면서 "천성적으로 욕심이 없는 성향이다. 주어진 일을 해내고 회사만 열심히 다녀도 만족했는데 사회가 정한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하다 우울감을 느꼈다"고 했다.

갓생 열풍을 두고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완벽한 삶을 살지 않아도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기회가 적고 꿈이나 희망을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젊은 세대는 끝없는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평범한 사람도 사회가 정한 삶을 동경하며 떠밀려가다 스스로를 잃게 되는 것"이라면서 "지나친 경쟁을 하지 않아도, 사람다운 삶만 살아도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 구조망이 필요하다. 그런 구조망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맹목적으로 갓생을 쫓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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