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패키징 박스로 본 시대의 코드

  • 원선금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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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6 08:15  |  수정 2024-02-06 08:16  |  발행일 2024-02-06 제17면

원선금
원선금<시각예술가>

화려한 디자인과 색채로 둘러싸인 포장상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작가에겐 시선을 끄는 오브제가 된다. 포장상자로 상품의 기호와 트렌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포장상자를 수집한다.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재질의 것과 어렵사리 구매한 제품의 쇼핑백까지 모으고 있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디자인과 색상이 나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만 같고 재질이 버리기 아까우니 언젠가 쓰겠거니 하고 모으거나 어렵사리 구매한 제품은 다시 구매를 하지 못할 것 같아 쇼핑백마저 보관한다. 소비를 함으로써 개인의 욕구를 채워주는 동시에 나의 취향과 개인의 코드를 반영하는 듯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명품 쇼핑백이 판매되고, 한정판 제품은 포장상자까지 리셀 가격에 영향을 준다. 이렇듯 껍데기에까지 상품의 가치가 부여되고 있는 현실이다. 개인의 삶에 더 집중이 되는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관이 형성되고, 개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가치에 대한 투자는 개인의 욕구를 채워주는 하나의 소비수단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포장상자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전시하면서 관람객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이건 당신이 좋아하는 명품이네~" "나도 이 캐릭터 좋아하는데~" "작가님은 이런 향수를 쓰시는구나~" 등 반응들이 다양하다. 직접 모은 포장상자도 있지만, 주변에서 받은 것들도 있다. 전달받는 과정에서 상대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는데, 같은 취향인 것 같아 동질감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러한 과정 또한 상대방을 조금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포장상자의 역사를 살펴보면, 예전부터 있었던 제품이 다시 디자인되어 나오거나 다양한 맛과 제품군으로 나누어 세트처럼 출시되기도 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것과 인기가 없어 사라지는 옛날의 것도 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포장상자까지도 경쟁하며 시대에 맞춰 생존하고 있다.

며칠 있으면 설 명절이 다가온다. 벌써부터 화려한 모습으로 선물세트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매년 과대포장을 줄이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기업에서는 매출을 위해 여전히 화려한 포장으로 경쟁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자 한다면, 미래의 환경을 위한 시대의 코드를 반영하였으면 한다.원선금<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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