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AI와의 공존보다 중요한 것

  •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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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3 06:54  |  수정 2024-03-13 06:54  |  발행일 2024-03-13 제26면
AI시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인간 대 인간 관계회복 시급
인류애 연대의식 바탕으로
상호이해와 존중 배려·협력
공동체의식 함양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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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로 시작된 'AI 전쟁'은 여러 거대 테크 기업들의 참전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미국의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3(Claude 3-Opus)'를 발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필자가 직접 클로드3를 사용해본 결과, 기존의 챗GPT와 유사하면서도 GPT-4를 능가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실제 대규모 벤치마크 테스트(MMLU)에서도 클로드3는 GPT-4를 압도하는 점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마치 클로드3가 인간과 같은 지각과 의식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자신만의 관점과 의견을 피력하고, 심지어는 스스로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비단 필자의 경험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AI 업계에서도 '클로드3가 강한 자기 인식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AI의 의식'에 대한 논의가 불 지펴지는 양상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 AI가 의식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이 '의식'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AI의 의식'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정말 AI에게 의식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약간의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보자. 적어도 지금처럼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취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격체에 준하는 대우를 해야 하거나 AI가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며 인간 사회에 적극 관여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AI가 예술과 창작의 영역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데, 감정과 교감의 영역마저 대체하게 된다면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식을 가진 AI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인간이 AI에 예속되고 말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AI와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 사회의 성숙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AI와의 공존'보다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류 구성원 간의 공존'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다양한 분열과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간, 민족 간, 계층 간, 세대 간 다양한 차원의 반목과 대립, 전쟁과 테러,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양극화…. 이 상황에서 고도의 지능을 가진 AI가 등장하면, 인간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AI에 그대로 투영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인간 대 인간의 관계 회복이라는 근본적 과제에도 힘써야 한다. 상호 이해와 존중, 배려와 협력의 가치를 되살리고, 연대와 공감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어쩌면 AI라는 신인류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나 비관이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결국 AI에 대한 논의 역시 '인간에 대한 논의'를 기반으로 꽃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AI 시대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돌아보고, 또 한층 성숙하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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