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의사집단의 '경제학'과 정부의 '정치학', 피해는 국민 몫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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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2 07:00  |  수정 2024-03-22 07:18  |  발행일 2024-03-22 제26면
"의사들도 솔직해져야 한다
증원 반대 핵심은 '경제학'
정부도 무원칙 정치학으로
법조항 규제로 옥죄면 안돼
국민만 보고 의료정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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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먼저 필수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번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을 보면 염치없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의 연평균 임금 2억6천만원과 지난 10년간 79% 인상은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6명으로 OECD(평균 3.7명) 최저라는 통계를 의사 공급부족의 근거로 내세운다. 이에 반해 의사들은 적은 수로 장시간 노동하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OECD 평균의 1.5배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이번 파업의 핵심인 전공의들은 "의사들이 국제 평균의 3배나 일을 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반박한다. 의사를 3배 늘려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통계를 의사 스스로 제시하면서도 의대 증원은 집요하게 반대한다.

이상하다. 일이 많아 인력을 늘려준다는데, 왜 반대할까? 의사들은 증원 반대의 주요 이유로 의료재정 붕괴가능성, 의료교육 부실화, 정부 일방통행 추진 반감, 심지어 공대 진학생들의 자질 저하로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하락 등을 들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의사들이 솔직해져야 한다. 핵심은 지난 19년 동안 '의대 정원동결'이라는 의사 수 공급독점으로 확보한 초과이익 유지의 '경제학'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는 시장 왜곡을 통한 고소득을 유지하기 위한 탐욕이 주된 이유다.

물론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그간 집단행동 때마다 정부가 양보하여 국민보다는 의사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제도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원칙 '정치학'에 기인한 정책실패가 의사집단을 강성 노조 뺨치는 특수 집단화한 주범이다.

현행 의료 체계하에서는 의사들이 진료가 어렵고 수입이 적은 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는 기피하고 수입이 월등히 높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피안성)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일부 필수의료 전문의들조차 미용·성형에 종사하는 것은 정부가 실손 보험과 비보험 진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과감하게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집단은 의사 공급통제를 통한 의료시장 왜곡으로 독점적 이익을 누리면서 정작 의사집단 내 일부는 시장원리에 충실, 즉 더 나은 수익을 좇아 피안성에 종사하다 보니 필수의료 분야는 의사가 부족하게 되어 의료서비스 공급마저 왜곡되는 것이다.

또한 등록의사 가운데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 37%에서 현재 86%에 이르러 전문의가 과잉공급되고 있다. 실제로 동네 의원급 일차진료는 6년 과정의 의과대학만 졸업한 일반의(GP)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면 충분한데 대부분이 대학교육 포함 10년이 넘는 단과전문의 중심의 개업의가 주류이다. 이들 개업전문의 입장에서는 10년 이상 교육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공급독점으로부터 보호받을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의사들은 고귀한 생명을 다룬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도 법적 조항이나 규제 일변도로 옥죄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적절한 보상체계 확립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한 난제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해결책이다. 그간 의사집단의 탐욕 기반 '경제학'과 정부의 무원칙 기반 '정치학'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었다. 정부는 이번이 의사집단의 '경제학'에 기인한 시장실패와 그간 정부의 '정치학'에 기인한 정책실패를 바로잡고 의료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비상한 각오로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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