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MZ세대와 아버지의 눈물

  •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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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5 06:55  |  수정 2024-03-25 07:08  |  발행일 2024-03-25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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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필자 주변에 자녀 훈육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40대, 50대 아버지들이 많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자녀의 태도를 고치겠다고 '욱'하는 마음에 자녀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고압적인 아버지가 된 탓이다. 아버지 세대와 다른 MZ세대인 자녀들의 특성을 모른 채, '내 자식은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하겠지'라는 착각 속에서 지낸 탓도 크다.

무엇보다 체벌이 법으로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버지도 적지 않다. 국내의 체벌 금지가 2021년에 발효되었고 한국은 세계에서 62번째로 체벌을 금지한 나라가 되었다. 2020년 10월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일명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고, 국회는 2021년 1월 민법에 존재해 온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는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2015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되어 부모의 자녀체벌을 금지했지만, 민법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존치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는 체벌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올해 1월 직장인 박병수(가명·46)씨와 그의 딸 사이에 체벌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다. 박씨는 직장 내에서 모범적인 직장인이자 평소 세 자녀를 끔찍이 사랑하고 가정교육에 신경을 쓰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겨울방학 공부를 소홀히 한 딸(고1)의 손바닥을 파리채로 서너 대를 때렸는데, 그 딸이 아버지를 112에 아동학대혐의로 신고한 것이었다. 박씨는 딸의 112신고에 놀랐지만,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밀 때 딸이 '아빠가 끝까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는 것에 더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한 달 가까이 할 말을 잃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씨는 당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딸애 교육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게 그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니 인생이 우울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최근 박씨는 이 사건이 종결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의 아동학대혐의는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재판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딸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그는 자식과의 관계, 부모의 관계를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다짐도 한 듯했다. 자녀에게 섭섭했던 마음을 넘어 자녀를 포용하고, 그 사건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 만난 김중기(가명·56)씨는 5년 전 고3 아들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야단을 쳤는데, "잘못했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들이 "그래서 우짜랍니까"라고 대들었단다. 욱하는 마음에 아들을 손찌검하는 등 끔직한 기억을 만들어냈다. 이후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제대했지만, 김씨는 아직도 아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고 냉랭하다고 한다. 아버지들은 시대 변화에 맞게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살아온 '자기 기준'대로 훈육한다. 그러나 자녀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부모의 감정이 앞선다면, 그 훈육은 꼭 체벌이 아니더라도 체벌과 다름이 없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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