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대구 '수소도시의 꿈'…가스공사, 재정난에 900억 K-R&D 캠퍼스 구축 '백지화'

  • 이지영
  • |
  • 입력 2024-03-28 21:36  |  수정 2024-03-29 10:06  |  발행일 2024-03-29
가스공사, 이사회서 구축사업 철회 안건 의결
가스공사 "지역상생 협력을 이어가도록 노력"
대체사업도 기대에 크게 못미쳐
조감도
2021년 가스공사가 공개한 K-R&D캠퍼스 조감도.

한국가스공사가 대구시와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900억원 규모의 가칭 'K-R&D캠퍼스 구축사업'이 3년여 만에 접었다. 수 십조원의 적자가 발생한 탓에 계획했던 대규모 투자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업을 토대로 '수소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대구시의 장밋빛 청사진도 함께 날아갔다. 최근 대체사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지역사회는 규모나 파급력면에서 성에 차지 않는 분위기다.

28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말 이사회를 열어 'K-R&D 캠퍼스 구축사업 조정안'을 철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가스공사는 2021년 1월 대구 신서혁신도시내 본사 앞에 2만7천113㎡ 규모로 'K-R&D 캠퍼스'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천연가스 연구센터와 테크니컬센터, 신성장 비즈니스관, 홍보체험관, 상생협력관 등을 갖출 계획이었다.
 

구성
2021년 한국가스공사가 발표한 K-R&D캠퍼스 구성.
이 사업은 가스공사의 지역상생 협력사업으로 2017년부터 추진됐었다. 2020년엔 대구시와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2021년엔 부지 계약도 했다.
당시 가스공사는 캠퍼스 전담조직까지 편성하는 등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제적 효과(2천875억원) 고용유발 효과(1천725명)도 잔뜩 홍보가 됐다. 대구시도 지역 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상생협력 플랫폼을 구축, 가스공사와의 동반성장을 기대했다. '수소도시 '도약의 꿈도 함께 키웠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글로벌 에너지난이 덮쳤고, 가스공사의 재정난이 가중되면서 사업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실제 가스공사의 지난해 매출은 44조5천560억원으로 13.86% 감소했다. 동절기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정부정책에 따라 도시가스 요금 지원액이 6배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도 2천44억원 가량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손실액도 7천474억원다. 이자율과 원료비가 계속 상승한데다, 해외사업 손실액(4천344억원)과 KC-1 소송 1심 패소 및 관련 선박 손상액 (4천510억원) 등이 반영된 탓이다. 누적 미수금은 15조7천659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1년 전보다 7조1천억원 이상 불어났다.

가스공사
K-R&D캠퍼스 당초 계획. 촐처 한국가스공사
K-R&D캠퍼스 사업이 힘들게 되자 가스공사와 대구시는 지난해 9월 탄소중립 실현과 지역상생 발전을 위해 구축한 '대구지역 산학관협의체'를 강화키로 했다. 산·학·연·관협의체는 상생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천연가스 기반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포집 등 탄소중립 핵심기술 공동 개발 △대구경북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동반성장 펀드 조성 등에 나서기로 했다. 협의체에는 대구시와 경북대, 영남대, DGIST, 대성에너지, 지역 중소기업 등이 참여한다.

하지만 규모나 파급력에서 'K-R&D캠퍼스'조성사업과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대구시 측은 "너무 아쉽다. 산·학·연·관협의체를 더 강화해 가스공사와 지역상생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쩔수 없이 사업을 철회했다. 대구시와 협의해 지역상생 협력을 계속 이어갈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이날 대구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2023 회계연도 결산안을 원안대로 의결하고, 무배당을 확정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지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