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변혜지 '모자의 일'

  •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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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1 07:11  |  수정 2024-04-01 07:12  |  발행일 2024-04-0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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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시인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거나

모자 속에 무언가를 넣고 너는 걷는다. 충분히 생을 반복하지 못한 어린 영혼으로서, 나는 네가 모자 속에 무엇을 넣고 다니는지 궁금해한다. 짐이거나 한낱 밈이거나 보잘것 없는 신이거나.

그것은 모자의 사정

이전 생에서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나는 무거워지기로 한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변혜지 '모자의 일'

모자는 가볍거나 무겁다. 가볍다는 전자는 모자이고 무겁다는 후자는 모자를 쓰고 있는 젊은 시인의 생이다. "짐이거나 한낱 밈이거나 보잘것없는 신이거나" 따위를 모자 속에 넣고 다닌 생은 가벼운 행사가 아닌가. 하지만 모자 아래 시인의 생은 무겁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거워지기로 한다. 무거워지려는 시인의 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생각에는 분명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포즈를 바꾸려는 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자는 생의 변환을 촉구하는 가벼움이다. 무거움은 가벼움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늘 달라지려는 생은 모자를 쓰고 모자의 가벼움을 잘 알게 되면서 비롯된다. 무거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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