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사라져 가는데…서식지 조성은 '차일피일'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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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9 16:02  |  수정 2024-04-09 16:07  |  발행일 2024-04-10 제8면
작년 누계 59개체, 2022년(125개체)보다 66개체 줄어
"농막·비닐하우스·민가 등 인공조명 많아졌기 때문"
달서구, 서식지 조성 사업 내년 말까지 진행 예정
서식지 조성보다 인공조명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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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천에서 발견된 늦반딧불이. 영남고 조민호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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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천에서 발견된 늦반딧불이. 영남고 조민호 교사 제공

대구 도심 속 반딧불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식지 인근에 농막·비닐하우스 등이 들어서면서 인공조명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정작 서식지 보호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9일 달서구에 따르면 지난해 5~10월 도원동 수밭골천 일대를 모니터링 한 결과, 늦반딧불이는 누계 59마리, 동시에 28마리까지 관측됐다. 이는 1년 전(2022년) 누계 125마리, 동시 42마리보다 각각 53%(66마리), 33%(14마리) 감소한 것이다.

이곳에서 반딧불이가 최초로 관측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2014년 영남고 과학동아리 '바요필'의 교사와 학생들이 수밭골천 내 반딧불이 서식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후에도 매년 반딧불이가 관측되면서 달서구는 2022년부터 공식적으로 반딧불이 개체 수를 모니터링 해오고 있다.

현재 수밭골천에는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 2종이 서식 중이다. 이중 개체 수가 많은 늦반딧불이는 국내에서 가장 큰 반딧불이로, 해가 진 후 1시간가량 노란 불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늦반딧불이는 1년 새 누계 기준 절반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반딧불이 서식지 인근에 민가, 농막 등이 들어서면서 서식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조민호 영남고 교사는 "원래 수전지 상류에 서식하던 반딧불이가 월광수변공원 인근까지 내려온 것으로 관측된다"며 "인근 상점가는 조명이 강해 반딧불이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인데, 상류 쪽에도 민가·농막·비닐하우스 등과 인공조명 시설이 늘어나면서 부득이하게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서식지가 점점 좁혀져 발생한 '서식지 단편화'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반딧불이 개체 수 보호를 위한 서식지 조성 사업은 미뤄지고 있다. 당초 달서구는 올해까지 수밭골 일대에 웅덩이를 조성하고 반딧불이의 먹이인 달팽이·다슬기가 서식할 수 있도록 유채꽃 등을 심을 계획이었지만, 내년 이후로 미뤘다. 인근 소하천 정비사업의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서다.

달서구 관계자는 "토지 보상 등으로 사업이 1년가량 늦춰졌다. 내년 말까지 서식지를 조성 후 2026년부터 반딧불이 증식을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반딧불이 서식지를 활용한 '생태 체험'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 서식지 조성보다는 좁혀진 서식지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교사는 "반딧불이 서식 환경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빛'이다. 현재는 먹이, 웅덩이 등을 마련하는 것보다 빛으로 인한 '서식지 단편화'를 막는 게 급선무"라며 "수전지 상류에 있는 가로등 높이를 낮춰 서식지에 조명이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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