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4월 중순부터 모기 활동…"모기매개감염병 토착화 우려"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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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6 16:57  |  수정 2024-04-16 16:59  |  발행일 2024-04-17 제10면
지난달 30일 전국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모기 활동 초여름·가을(4~10월)로 확대
"온난화 지속하면 감염병 토착화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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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철 불청객 '모기'가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일찍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바뀐 기후에 따라 모기 번식 환경이 변화하면 우리나라에도 모기 매개 감염병이 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21~22일 도심 공원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한 결과, 달서구 두류공원과 북구 침산공원에서 빨간집모기가 채집됐다. 일반적으로 5월 말쯤 활동을 시작하던 모기가 두 달 앞당긴 3월 말부터 지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과 제주시에서 올해 처음으로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돼 이튿날(30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내렸다. 지난 2019년 일본뇌염 주의보가 4월 둘째 주에 발령된 것을 고려하면 5년 새 발령 시기가 2주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모기 활동이 빨라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모기가 왜 벌써 있냐" "12월에도 나오더니 벌써 나왔다"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모기의 활동 시기 변화는 지구온난화로 '기상학적 여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기상학적 여름은 일 평균 기온이 20℃ 이상인 계절이다. 대구는 지난 14일 평균 기온 20.8℃를 기록하며 기상학적 여름에 충족하는 날씨를 보였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공학과)는 "과거엔 한여름에 모기가 극성을 부렸는데, 최근에는 초여름과 가을에 극성이다. 그 이유는 모기가 좋아하는 기온이 25~27℃ 정도이기 때문인데 한여름보다 초여름과 가을에 이를 만족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감염병 유입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일본 뇌염 등의 풍토병은 특정 종류의 모기가 매개하는데, 이들 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기후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국내에 말라리아 환자가 늘어난 것이 한 예시"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672명으로 2022년(420명) 대비 60% 증가했다.

또 최근 남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이집트숲모기·흰줄숲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뎅기열이 확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겨울 기온이 오르면서 각 지역에 감염병 매개 모기가 토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온난화 현상이 지속할 경우 우리나라도 뎅기열이 토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규 고신대 교수(보건환경학과)는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흰줄숲모기가 우리나라에 발견된다 해도 현재 우리나라에선 흰줄숲모기가 겨울을 지낼 수 없어 토착화하진 않는다"면서도 "현재 뎅기열이 토착화한 지역을 살펴보면 1월 평균기온이 10℃ 이상이다. 한반도에도 온난화가 지속하면 뎅기열이 충분히 토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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