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22대 총선, 보수의 참패는 예정된 수순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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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9 07:00  |  수정 2024-04-19 07:04  |  발행일 2024-04-19 제26면
내 편 지키는 운명공동체 野
잘못땐 서둘러 배제시키는
선사후당 친목모임 수준 與
후보의 막말·투기 사태 대응
극명한 태도 差가 승패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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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사상 최악으로 참패한 원인으로 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적 오만과 불통, 전체 유권자의 37.5%를 차지하는 40~50대의 콘크리트 민주당 지지, 국민의힘의 지리멸렬 등을 든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의 지리멸렬, 나아가 소위 보수의 안이한 태도가 핵심이다.

이번 총선에서 막말꾼·범죄자·부동산 투기세력 등 뉴노멀(?)한 야당 후보들조차도 대부분 국회로 입성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경기 수원정에 출마했던 소위 '역사학자' 김준혁 후보는 성 관련 온갖 막말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다. 국민의힘, 즉 보수 후보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야당과 좌파단체들의 총공격은 물론이고 보수층에서도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난교' 발언이 문제가 된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떠밀려 선거전 사과문을 냈지만, 끝까지 버티다 결국에는 국회 입성에 성공하였다. 이 사태의 대응방식을 보면 여당과 야당 간의 태도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

좌파인 야당은 자기편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감싸주는 조직이다 보니 야당후보는 선거에 지면 조직도 죽고 자신도 죽는 '운명 공동체'인 반면에 우파인 여당은 자기편의 잘못된 불똥이 혹시라도 자신에게 튈까 봐 서둘러 거리를 두는 집단이다 보니 여당후보는 선거에 지면 조직은 죽어도 자기는 죽지 않으려는 '친목 계모임'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스위스 군대'처럼 잘 조직화되어 일사불란하게 행동 중심, 적극적 참여, 피부에 와닿는 생활담론중심으로 변칙도 마다하지 않으며 조직이 잘못되면 자신도 크게 손해 보는 진영의존의 '선당후사(先黨後私)'의 태도다. 반면, 여당은 기강이 해이하고 나약한 '당나라 군대'처럼 조직이 아닌 오합지졸의 단순 집합으로 말만 앞세우고 소극적 참여, 제 3자적 입장에서 거대담론중심으로 원칙만 고수하며, 조직이 잘못되어도 개인적 손해는 별로 없는 개인의존의 '선사후당(先私後黨)'의 태도다.

작은 잘못만 있어도 보호는커녕 즉시 배제해버리는 보수여당에서 누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는가? 오히려 자신들의 보신과 경력 관리에 열중하고 조직이 잘못되면 별 손해 없이 본업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식이 대세이다. 반면 온갖 허물이 있어도 자기편은 감싸주는 야당에서 구성원들은 모든 것을 바쳐 충성하다 보니 결속력과 전투력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계, 시민단체, 여론 선도인플루언서, 좌편향 언론 및 '개념' 연예인 등등의 지원사격까지 더해지니 보수의 참패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내각과 대통령실도 여당과 도긴개긴이다. 총리와 장·차관 그리고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비서관들이 왜 존재하는가?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대통령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고 일정 부분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의 명운을 건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사이에 총리와 비서실장 등이 보이지 않아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든다. 총선 참패 후 총리와 비서실장, 수석급 핵심참모들이 사의를 표명했다니 늦어도 너무 늦었고 이게 보수의 민낯이다.

이제라도 보수여당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보수는 구성원을 보호해주고 구성원은 자신을 넘어 조직과 국가를 생각하며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통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보수의 기본철학인 법치주의와 자유중시의 이념을 확고히 정립하고 이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결집하여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이념을 공유하는 데 공을 들여 양적인 축적을 하다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히는 질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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